[이상기의 마루금 걷기] 여름 3대 계곡 트래킹 코스 정리 – 아침가리골, 왕피천, 응봉산 용소골
여름에 적합한 산행지 정리
타는 듯한 햇볕과 높은 습도로 인하여, 여름 산행은 장거리 산행을 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따라서 여름 산행은 더위를 피해 계곡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산행코스이다. 전국의 대표적인 여름 산행지는 다음과 같다.
이 중에서도 여름에 가장 산꾼들에게 각광을 받는 대표적인 계곡 산행지는 아침가리골, 응봉산 용소골, 왕피천인데 각기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아침가리골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 등에는 십승지지(十勝之地)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쟁이나 전염병, 흉년 등에도 끄덕 없이 견딜 수 있는 명당으로 추천하는 전국의 길지(吉地)를 말하며, 그 깊은 피난처로 강원도 인제 산골짜기의 “삼둔 오가리” 이야기가 나온다.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월든, 달둔이고, 5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명가리, 적가리인데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적가리의 사가리라고도 한다. “둔”과 “가리”는 밭을 일구는 곳을 말한다.1
많은 사람들이 험악한 세상을 피해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하는데 사방에 험산(險山)들이 둘러쳐져 견고한 자연성곽을 이루어 바깥 세상에 노출이 안된데다 그 안에는 경작할 땅과 물이 있어 자급자족이 가능해 온 세상 난리가 나도 능히 숨어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침가리골은 오가리 가운데도 가장 깊은 골짜기로, 방태산 자락의 북서쪽에 자리잡은 깊은 계곡이다. 일반적으로 아침가리는 방동약수터에서 임도 오르막을 따라 조경동교 또는 조경동 분교로 이동하여 다시 진동2교까지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이보다는 월둔에서 출발하여 방태산 자락의 구룡덕재를 지나 명지가리를 거쳐 아침가리를 지나가는 코스가 훨씬 산을 타는 맛이 있으나, 워낙 오지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아침가리 계곡은 수량이 많고, 유속이 빠르며, 물이 매우 차다. 따라서 노련한 리더의 지휘 하에 협동심을 발휘하여 이동해야 한다. 물살이 세고, 계곡 물 안에서 이동할 때 중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함께 팔짱을 끼거나, 자일을 잡고 이동하는 것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수량은 일반적으로 무릎부터 가슴까지 닿으며, 비가 얼마나 오느냐에 따라서 계곡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 물이 매우 차기 때문에 7월 초는 권장하지 않으며,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가 적기라고 볼 수 있다. 만약을 대비하여 20미터 자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왕피천
불영계곡과 낙동정맥 사이 자락에 있는 왕피천은 과거 오지중의 오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2007년을 기점으로 수많은 산꾼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한 왕피천은 물이 맑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백패킹의 천국으로 각광받는 곳이 되었다. 또한 트래킹 코스의 거리가 불과 7km밖에 되지 않아 초보 트래커도 큰 부담없이 트래킹 할 수 있는 곳이다.
왕피천 트래킹은 일반적으로 속사마을에서 시작하여 학소대, 용소를 지나 굴구지 마을을 날머리로 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왕피천 트래킹의 가장 큰 재미는 수영과 트래킹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용소도강이라고 불리는 헤엄쳐서 50미터를 지나는 용소코스는 왕피천의 백미이다.
왕피천은 아침가리에 비해 물 깊이는 깊지만, 유속이 빠르지 않고, 물도 차지 않다. 따라서 물놀이 하기엔 제격이다. 특히 울진 특유의 기암괴석을 트래킹 하는 내내 볼 수 있다. 아침가리도 적당한 박지가 있지만, 왕피천 또한 비박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응봉산 용소골
응봉산은 998.5m(울진시에서는 1000미터 명산으로 채우기 위해 키보다 높은 정상석을 만들었다.)로 결코 높은 산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지리산 못지 않게 수량이 많은 곳이다. 문지골, 용소골/덕풍계곡, 온정골 등 계곡산행으로 즐길 수 있는 계곡을 안고 있으나, 그 중 대표적인 계곡은 용소골/덕풍계곡이다. 응봉산은 덕구온천과 금강송으로도 한국의 100대 명산에 들기 충분하지만 아름다운 계곡을 간직하고 있어 응봉산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2015년 8월 8일 SK 주식회사 산오름 정기산행시 응봉산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응봉산 용소골은 당일 코스로 다녀오긴 무리이며, 주로 무박산행으로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덕구온천에서 옛재능선길을 지나 응봉산 정상에 도착하여 아침식사로 허기를 채운다.
응봉산 정상까지가 완만한 오르막이었다면, 용소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이다. 약 400미터를의 고도가 내려가는 이 길은 스틱이 있어야 안전산행을 할 수 있다.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면 드디어 계곡에 물이 흐르고, 약 500미터 정도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제 3 용소가 보인다. 올해는 가뭄이 심해 수량이 별로 없다. 4번째 오는 응봉산 용소골이 이렇게 초라해 보이긴 처음이다. 낙엽이 얕은 계곡물과 엉켜 흐르지 않고, 썩어가고 있어 물이 깨끗하지 않았으며 물이 있어야 할 곳에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제 3 용소는 물이 탁했고, 물놀이를 하기엔 부적합했다.
응봉산의 장점은 물길을 건너는 재미도 있지만, 폭우시 갑자기 불어나는 계곡물을 피해 계곡 옆길을 모두 정비해 놓았다는 장점이 있다. 물길을 헤쳐 트래킹을 하고 싶은 사람은 물길을 건너면 되고, 신발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물길을 벗어나 트래킹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끔 절벽 옆면을 타고 산행을 하는 것은 난이도가 낮은 산행이라고 볼 수 없으며 약 19km에 달하는 산행이 10시간에 걸쳐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초보 산행자는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코스이다.
험한 제 2 용소 가는 계곡길을 약 3.5km 정도 내려가면 드디어 제 2 용소를 만난다. 거침없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약 4미터 높이에서 제 2 용소 폭포 아래로 다이빙을 하는데, 보는 사람이 아찔한 위험한 행동이다. 폭포 바로 아래 용소는 그리 깊지가 않고, 폭포 물을 온몸으로 맞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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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 2 용소까지 도착했다면, 거의 산행이 종료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천천히 계곡 길을 즐기며 길을 걸으면 제 3 용소에 도착한다. 제 3 용소는 등산객이 아닌 피서객들로 들어차 용소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의 피서객들이 취사를 즐기고 있고, 그로 인해 쓰레기들이 즐비하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아름다운 오지였던 곳이, 1박 2일 촬영 후 더 이상 오지가 아닌 관광지가 되어 버렸고, 계곡은 훼손되어 몸살을 앓고 있다.
드디어 제 3 용소를 지나, 덕풍마을로 하산. 덕풍마을엔 덕풍산장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이 집 백숙은 국내 맛집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맛이 좋다. 덕풍산장에서 식사를 하면 1인당 2,000원에 풍곡주차장까지 트럭으로 태워주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경찰들이 막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운이 좋게도 트럭을 타고 내려왔으며, 트럭을 타지 못할 경우 약 6km를 걸어서 내려와야 한다.
이번 여름의 응봉산 용소골 산행은 가뭄으로 인해 그 정취가 덜하긴 했으나, 그래도 명불허전 응봉산 용소골이다. 필자는 3대 계곡 중에서 응봉산 용소골이 가장 좋으며, 그 다음은 왕피천이다. 응봉산은 산행과 계곡 트래킹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체력을 증진하고 멋진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어서 가장 선호하며, 수영을 잘 못하는 필자는 계곡물이 얼음장 같고 물살이 거친 아침가리골은 무서워 선호하지는 않는다.
1김신묵의 “내나라 문화유산 답사”, http://blog.daum.net/happy-tour/1579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