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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딸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딸기 맛이 가미된 아이스크림, 과자, 음료 등은 다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빨갛게 익어 접시에 올려진 딸기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심지어 하얀 생크림 케익 위에 금가루 옷을 입고 반짝거리는 조그만 딸기조차 웬만하면 살짝 옆으로 치워놓고 케이크만 먹는 편이다.
이런 나와 달리 아내는 딸기를 좋아한다. 아내의 유전자를 더 많이 받았는지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둘 다 딸기를 좋아한다. 딸기 철에는 주 5일 중 세 번은 퇴근할 때 딸기 심부름을 한다. 나를 뺀 우리 가족은 딸기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포근한 봄 날씨를 맞아 집 가까이 남양주에 딸기농장 체험을 하러 다녀왔다. 이번 포스팅은 딸기 맛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 준 이 딸기농장 체험에 대한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 아띠농장 딸기체험'
[총평]
가격은 살짝 비싼 편이지만 쓴 돈 이상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슈퍼에 가도 한 팩 9,900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만큼 큼지막하고 빨갛게 익은 딸기들이 잘 정비 된 비닐하우스 안 여기저기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30분이란 제한 시간 내에 딸기를 따야 하는데 먹음직스러운 딸기를 따고, 자기가 딴 딸기를 서로 자랑하고, 그 자리에서 서로 먹여주다 보면 30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추가금을 내면 딸기잼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농장 할머니는 사전 재료준비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주전부리 제공까지 깔끔하게 체험 시간을 조율한다. 역시 전문가다. 냄비 옆에 살짝 눌어붙은 딸기잼을 갓 구운 식빵으로 찍어 먹으면 진짜 맛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잼 졸이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무료 오락실도 제공된다. 또 오자고 하는 큰 애는 부모 마음과 달리 사실 오락실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잠실 기준으로 차로 이동하면 40분 정도 소요된다. 시간은 오전 11시 타임, 오후 2시 타임으로 진행된다고 하며, 11시에 시작하면 1시 정도에 모든 일정이 끝난다. 근처에 다른 딸기농장들이 많이 있어 차들이 몰리므로 너무 늦게 나가면 아이들 멀미로 고통 받을 수 있다.
[딸기수확 체험]
시작 시간이 되기 전 농장 주변 자연환경이나 작은 동물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작한다는 안내와 함께 모두 매표소(?) 비슷한 곳으로 모이게 된다. 사람들은 예약에 따라 조를 나눠 비닐하우스에 들어가게 된다. 미리 사전에 조를 짜놓으므로 모이라고 할 때 줄을 설 필요는 없다. 사람을 호명하면 앞에 나가 준비물을 받는다. 일인 당 딸기를 담을 플라스틱 케이스 한 개를 제공한다.
케이스를 모두 받으면 자신이 들어갈 비닐하우스 앞으로 같이 이동해서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 규칙은 간단하다. 30분 동안 뚜껑을 닫을 수 있는 한 케이스 안에 마음껏 딸기를 담으면 된다. 물론 비닐하우스 안에서 딸기를 마음껏 먹을 수도 있다. 한 입 먹고 버려도 문제는 없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통로에 딸기를 버리면 안된다.
설명이 끝나면 비닐하우스 안으로 우르르 들어간다.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한 가득 퍼져있는 딸기의 새콤한 향이다. 그 향과 함께 하나 같이 예쁘고, 실하고, 먹음직스럽게 생긴 딸기들이 사람들에게 손짓하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들도 처음 보는 딸기밭을 뛰놀며 정말 신이 난다. 줄기에 매달린 딸기를 보는 것도 신기하고, 그 딸기를 뜯어 바로 먹는 것도 즐겁다. 두 돌도 안된, 천지분간 못하는 둘째는 빨간 색보다 녹색이 더 좋은지 덜 익은 딸기만 골라 따서 손에 들고 뛰어다닌다. 딸기 위에 벌이 있다고 무서워하는 큰 애를 위해 아빠가 “뻥” 하고 벌을 쫓아내주면서 아빠의 위대함도 새삼 한 번 보여준다.
무엇보다 필자가 놀란 것은, 따뜻한 비닐하우스에서 막 딸기가 정말정말 맛있고, 시원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한 번 씻지도 못한 딸기를 입에 넣는다는 생각에 조금 주저했는데, 그 청량한 달콤함을 한 번 맛보고 나니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풍부한 과즙과 함께 얼굴 가득 퍼지는 딸기 향이라니! 자기가 땄다며 큰 애가 입에 넣어주는 딸기로 오감이 즐거워진다.
참고로 비닐하우스 한 동에 딸기팩 100개가 나올 분량이라면, 실제로 70개 정도만 담을 정도로 사람 수를 안분한다. 그래서 어느 조에 들어가든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다만 같은 조라면 빨리 진입하는게 중요하다. 가족 별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딸기를 채집하기 때문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좋은 딸기를 독점할 수는 없지만, 고랑을 따라 이동해 뒷사람이 앞사람을 추월할 수 없는 구조라 앞사람이 좋은 딸기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약자 수는 입장객을 제한하기 보다는 처음 제공하는 딸기 담는 통을 결정하는 요소다. 즉, 세 명이 예약하면 딸기 통을 세 개 준다는 의미이지, 비닐하우스에 세 명만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딸기가 맛있어 금방 먹는다면 사람 수대로 예약해야겠지만, 지나치지 않는 수준이라면 실제 집에 가져갈 딸기 통의 개수대로 예약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통에 싱싱한 딸기들을 다 담고 나면 정말 흐믓하다.
[딸기잼 만들기]
추가로 요금을 내면 딸기 수확이 끝나고 딸기잼을 만들 수 있다. 딸기잼을 만들기 위한 딸기와 기타 재료들은 농장이 준비해 준다. 만드는 곳에 가면 국자, 주걱, 냄비, 설탕에 절인 딸기 등이 가스버너 앞에 예쁘게 놓여져 있다. 이름표가 써있는 자리에 가서 앉으면 된다.
진행은 간단하다. 비닐장갑을 손에 끼고 설탕과 함께 담겨있는 딸기를 으깬다. 으깬 딸기를 냄비에 담아 주걱과 국자로 열심히 졸인다. 다 졸여진 딸기잼을 유리병에 예쁘게 담는다. 냄비에 눌어붙은, 혹은 약간 남겨놓은 딸기잼을 식빵, 요거트 등과 함께 먹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딸기잼을 으깨는 순간까지만 애들이 좋아하고, 그 이후 졸이는 시간은 애들이 매우 심심해한다. 사실 주걱을 저어주며 뜨거운 냄비 근처에 애들이 다가가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이러한 고충이 이미 있었는지 딸기잼 만드는 동안 애들이 놀 수 있도록 시설 한 켠에 작은 오락실 겸 놀이동산이 있다. 오락실에서 흔히 보는 총 쏘는 게임부터 아빠의 향수를 자극하는 펌프, 작은 회전목마, 동전 넣고 타는 자동차 등 다양한 놀이시설들이 애들을 유혹한다.
딸기농장 체험이라는 흙 내 가득한 이벤트를 무사히 거치고 나면 디지털 미디어로 즐겁게 놀 수 있는 파라다이스가 열린다는 고진감래의 교훈을 어려서부터 배우는 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게임을 하려면 백 원을 넣어야 하는데, 이 동전은 커피머신 옆에 비치가 되어 있다. 즉, 죽어도 무제한으로 이어할 수 있다. 필자가 어릴 때 못 깼던 게임을 끝까지 깰 수 있는 기회! 나중에는 아빠도 신났다.
[기타 시설]
대부분 농장들이 그렇듯, 조그만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아기동물 체험이 가능하다. 흑염소, 토끼, 닭 등이 있는데 수탉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 대관령 아기목장 같은 전문시설에 가면 건초를 천 원 정도에 사서 먹이를 주게 되는데, 여기는 동물 수가 적고 시설이 좀 열악한 대신 먹이풀들을 자유롭게 가져다 먹일 수 있다. 딸기수확을 시작하면 쉴 틈이 없으므로 조금 일찍 가서 여유 있게 동물들을 보여주는게 좋다.
딸기농장 대형현수막 앞에 벤치를 두거나, 예쁜 모양의 장식물 같은 포토존과 함께 특이하게 트렉터라는 포토존도 쓴다. 처음에는 그게 시설인지도 몰랐는데, 집에 돌아갈 때 보니 그 앞에 간이의자를 두어 트렉터를 모는 것 같은 사진을 찍는걸 봤다. 시간이 없어 이번엔 못찍었지만 다음에는 밀짚모자도 준비해서 멋진 추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주차장은 넓직하다.. 길 가 공터에 주차를 하는데 사람이 몰리지만 않으면 여유가 있다. 십분 전 도착했는데도 주차자리는 넉넉했다.
딸기 담을 통부터 완성된 물건들을 담아 갈 검은 비닐봉지까지 모두 농장에서 준비해준다. 말 그대로 몸만 가면 된다. 대신 물티슈는 넉넉히 가져가는게 좋다. 빨간 딸기물, 갈색 흙가루, 알 수 없는 무언가 등으로 애들 손이 금새 알록달록 해진다. 특히 딸기잼이 손이나 옷에 묻으면 금새 끈적거려지니 빨리 닦아야 한다.
아이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어준 딸기 농장체험. 매일 책이나 TV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해주고 싶은 마음을 120% 충족시켜 주었다. 따뜻한 봄, 서울 근교에 다양한 딸기농장들이 있으니 검색해서 가장 잘 맞는 곳으로 나들이 가면 좋을 듯 하다. 양손 가득 딸기와 잼을 들고 집에 가는 길은 상큼한 딸기 향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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