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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생각하고 느낀 것에 대해 정확한 말과 멋스런 글로 표현해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막연히 "아, 가을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기 보단 "가을비에 젖어 축축하게 바닥에 흩뿌려진 낙엽의 냄새가 좋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생생한 자신만의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순간들을 온전히 나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꿈꾸는 스토리젠터' 채자영씨를 만나보았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저 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장 그르니에의 <섬>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첫 문장입니다. 삶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구절인데요, 제 삶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어요.
대학생 시절, 대외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대기업의 커다란 회의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어요. 신사옥이어서 들어가는 입구부터 약간 '우와'하는 기분으로 들어갔었죠. 정말 떨리는 자리였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었던 거 같아요. 아직도 생생하게 그때의 장면들이 떠올라요. 모두 긴장감 속에서 저를 바라보는 눈빛, 그리고 조만간 누그러진 분위기 사이로 오간 웃음, 함박웃음, 만족스러운 국장님의 표정까지.. 그렇게 프레젠테이션을 딱 끝내고 다시 자리에 앉는데 '아, 희열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이럴 때 쓰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태어나 처음으로 제 가슴에서 ‘희열’이라는 단어를 찾아낸 순간이었죠. 그렇게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거 같아요. 누구는 좋아하는 일을 그저 취미로 남겨놓고 싶다고 하지만,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왔을때 주저하지 않았죠.
사실 프리젠터라는 직업이 제겐 생소했었고, 지금의 전문성을 갖추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회사 측에서도 거의 처음으로 도입한 부분이어서 입사 직후엔 모든 걸 증명하는 단계라 매 순간이 설득의 과정이었어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믿고 맡겨주시니까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대학생 시절 '결정적 순간'에 느꼈던 짜릿함과 희열을 매 순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셈이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나요?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메시지'입니다. 메시지는 매번 변하기 마련인데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제게 프레젠테이션이 특별한 이유는 매 순간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듣는 청중에 따라 제안 내용이 완벽하게 커스터마이징(Custumizing) 되기 때문에 자료나 발표 내용이 절대 똑같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매번 새롭고, 배우는 것도 많아요.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 라고 하잖아요? 배움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장은 매번 변하기 때문에 실전 프레젠테이션을 한 번씩 하고 나면 느끼는 게 정말 많아요. 그때 느끼고 배운 것들을 잊지 않으려고 저 혼자 '프레젠테이션 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서 '스토리젠터 채자영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팟캐스트까지 만들게 됐어요. 예전에 제가 적어놓은 글귀들을 보면서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하고, 매 순간 겸손해지기도 해요.
두 번째로 매 순간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일주일에 2-3건씩 몰아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지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어쩔 때는 정말 다 놓아버리고 싶기도 하고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피티가 끝난 순간으로 가고 싶기도 해요. 막 지치는 거죠. 근데 신기하게도 딱 청중 앞에 서면 그런게 싹 사라져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고 회의감이 들어요. 이런 기분은 절대 다시 느끼고 싶은 기분은 아니죠. 마지막으로 이 제안 내용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말하는 사람'은 프리젠터인 나 자신이기 때문에 스스로 창피하지 않게, 되도록이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거 같아요. "프레젠테이션은 설득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확신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 말을 참 좋아해요. 스스로 확신이 없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확신이 드는 진심이 담긴 콘텐츠, 그리고 몰입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채자영만의 힘이 있다면?
올해 9월,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갔을 때,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눈에 띄는 간판 하나를 발견했어요. "TRAVEL LIKE A LOCAL, LIVE THE HOLIDAY" 절대 튀지 않는 색의 간판이어서 제 눈에 들어온게 신기할 정도였는데, 불어만 보다가 영어를 보니 반가워서 그랬는지도 몰라요.
프랑스 파리의 "TRAVEL LIKE A LOCAL, LIVE THE HOLIDAY" 간판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라, 이게 되게 많이 듣는 이야기잖아요. 근데 가슴에 막 와 닿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파리에서의 여행이 너무 행복하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와, 진짜 매일 매일 파리에서처럼 한국에서 살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가슴이 막 두근거리더라구요. 아침에 피로감 없이 온 세상이 너무 궁금해서 새벽같이 눈이 떠지고, 매 순간 보는 것들마다 감탄하고 경이로워하고, 심지어 지나가는 까마귀를 보면서도 '와! 진짜 크다!'라고 아이처럼 감탄을 했었으니까요.
그리곤 생각했어요.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는 건 결국 '세상을 향한 더듬이'를 곤두세우는 것이구나. 국어국문학과를 나와서 그런지 대학생 시절에는 갑자기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순간이 소설처럼 펼쳐질 때가 있어요. 영화가 아닌 소설이요. 그럴 땐 정말 세상이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앞으로도 여행하듯이 하나하나 감탄하고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주변사람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채자영만의 행복 에너지는?
감사하게도 제가 ‘프리젠터’라는 일에 열정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으로도 응원해주시는 거 같아요.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많이들 궁금해시는 거 같기도 하구요. 저는 지금 정말 만족하면서 '전문 프리젠터'의 일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일도 행복일 수 있다'라는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경쟁 PT를 진행하면서 가장 큰 희열을 느꼈을 때는?
당연히 제가 한 프레젠테이션이 청중들에게 선택 받을 때죠. 말 그대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인 순간이잖아요! 프레젠테이션은 정해진 시간이 있어요, 보통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 정도인데 되게 짧은 시간인데도 제 이야기를 잘 들어준 청중의 얼굴은 또렷이 기억이 나고,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도 보고 싶을 정도로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웃음) 제 이야기를 듣고 청중이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속으로 쾌재를 부르죠. 좋은 징조 거든요. 고개를 움직였다는 건 행동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고개짓이 저희에게 점수를 주는 손짓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아요. 마치 나비효과처럼요. 청중의 고개짓에서 쾌재를 느낀다면, 이 직감이 맞아떨어져 저희가 수주하는 순간에 희열을 느끼죠! 이 기분은 참 익숙해지지 않는 기쁨인 것 같아요. 이 순간만큼은 부장님, 차장님, 직급을 떠나 모두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니까 아주 짧은 순간인데도 여운이 길게 남아요.
채자영씨에게 펼쳐질 도전과 꿈은?
'프레젠테이션 문화'를 확신시키는 것이 저의 도전과제이자 꿈 입니다. 우리가 '프레젠테이션' 하면 굉장히 딱딱한 발표나 보고서 발표 혹은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설득의 과정으로 생각하기 쉽잖아요.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은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 거든요. 예를 들어 '나는 오늘 탕수육이 아니라 보쌈이 먹고 싶어'라고 남자친구를 설득하는 과정도 넓은 의미에서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거죠. 또 많은 분들이 '발표',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단어를 듣기만해도 경직되고 가슴을 졸이게 되는데 저는 이런 문화를 조금 바꾸고 싶어요. 누구나 당당하게 나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 그게 '프레젠테이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명확한 단어로 표현해서 타인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자유롭게 토론하고 말할 수 있는 문화. 우리가 꿈꾸는 커뮤니케이션으로 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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