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상기의 마루금 걷기] 꽃과 별들이 꿈꾸는 곳, 몽골 (제2화) 테를지 트래킹-1일차
SK(주) C&C 블로그 운영자 2016. 9. 28. 10:31비행기 고도가 낮아지면서 칭기스칸 공항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넓은 평원 위로 구름이 낮게 깔리고 파랑과 빨강 지붕들이 적당한 비율로 카드섹션을 하는 듯 합니다. 지붕 위로 햇살의 부스러기가 가볍게 하강을 하다 빼곡히 늘어선 창문 안으로 포말을 일으킵니다. 이 이국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우리는 미소가 멈추지 않습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몽골인 가이드 한가이가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우린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몽골 전통 샤브샤브 레스토랑에서 한국인 사장인 장지룡씨를 만났습니다. 개인 Induction Heater에 냄비가 올려져 있고 야채와 국수 그리고 양고기, 말고기, 소고기가 쟁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원래 샤브샤브는 칭기즈 칸 시절에 투구에 물을 끓여 사냥감을 즉석에서 익혀먹던 것에서 기원했다는 말이 있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며, 다만 얇게 썬 고기와 야채를 물에 데쳐 간편하게 먹는 중국식 샤브샤브인 숸양러우가 원나라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Induction Heater에 올려진 샤브샤브 냄비
식사를 마치고 한국인 거리에 있는 커피빈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화를 나누었습니다. 장지룡씨는 앞으로의 일정과 가이드/차량 기사 소개, 주의할 점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해 주었습니다. 특히 검지로 남을 가르키는 행위는 죽이겠다는 의미이므로 가급적 사람을 가르키지 말며, 부득이 가르켜야 할 경우 손을 펴서 가르키라고 당부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버스를 타고 테를지로 향합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 위로 구름이 낮게 깔리고 우리를 태운 승합차가 오후 두 시를 가로질러 갑니다. 낯선 곳이지만 질문보다 느낌표가 많은 길 양편으로 염소, 양, 소, 말들이 떼를 지어 자유롭게 풀을 뜯습니다. 구름 속으로 구름이 흘러가고, 늘씬한 언덕 위로 언덕이 어깨동무를 하며 마루금을 만듭니다. “평화”라는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광경이 “평화”에 가장 어울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1차선 도로를 따라 초점을 옮기면 멀리 수평선까지 길이 펼쳐집니다. 수평선을 향해 한 시간 즈음 승합차가 달라자 도로변에 낙타 두마리가 앉아있고, 독수리 세마리가 다리가 묶여 디딤대 위에 앉아있었습니다. 이행현 과장과 범진씨가 주저함 없이 낙타 위로 올라탔습니다. 낙타는 늘 관광객을 태우듯이 터벅터벅 벌판을 한바퀴 돌고 돌아옵니다.
낙타를 탄 이행현 과장과 범진씨
독수리는 날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고, 관광객의 손등 위에 올라 사진을 찍는 일을 하며 그의 의무를 다하고있었습니다. 아무도 독수리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의 손등 위로 올라가 날개를 쭉 펴고 포즈를 취합니다. 물론 고개를 30도 각도로 쳐들어 도도한 모습으로 한 컷, 고개를 숙여 비상을 준비하려는 신비한 모습으로 한 컷을 선물합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열심히 일하는 독수리
승합차는 다시 테를지를 향해 길을 떠납니다. 도로를 따라 20분쯤 가니 칭기스 칸 동상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가이는 칭기스 칸 동상이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다음으로 세계에서 큰 동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구름 사이로 햇볕에 반사되어 과거의 영광만큼 동상이 더욱 빛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칭기스 칸 동상 앞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칭기스 칸 동상과 낮게 드리운 구름
칭기스 칸 동상 앞에서 (왼쪽 뒤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필자, 원범진님, 정창래님, 이명덕님, 송주식님, 박노철 前 전무님, 이행현님)
아득히 펼쳐진 도로를 달리다 포장이 되지 않은 한가로운 왼쪽 길로 접어듭니다. 좌우측 간간이 게르 1가 보이고 끝없는 초원에 양과 염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평화로움을 즐깁니다. 승합차가 평탄한 길을 가로질러 우측 언덕길로 가뿐히 접어듭니다. 10여도의 경사를 따라 미끈하게 올라치고 고개에 접어들자 광활한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우아!’ 라는 감탄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다 멈췄습니다.
“아름답다”, “사랑한다”라는 말들이 정작 절실할 때, 말이 입 밖으로 나가기 전에 말문이 닫히고 맙니다. “아름답다”고 말한다는 것이 그 말로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사랑한다는 말이 결코 말로는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언덕 위로 올라갔습니다. 우리로 인하여 언덕 위로 한가로이 풀을 뜯던 양과 염소들의 평화가 깨지고 가는 길마다 길을 터줍니다. 더욱 높은 언덕에 올라 수평선을 바라봅니다. 이 곳이라면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리는 광경이 보이고, 기나긴 세월에 묻어간 모든 서럽고 빛나는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너그러운 가슴에서 절절히 피는 꽃들의 가냘픈 이야기를 모두 가슴으로 품고 있는 듯 합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수평선
길 위의 자유
더욱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언덕의 정상으로 천천히 걷고 있는 일행들
언덕 위의 양들과 염소
다시 길을 떠납니다. 초원이 앞치마처럼 펼쳐지고 그리하면 보드라운 잔디 위로 햇살을 받으며 눕고 싶습니다. 구름은 맨발로 대지의 가슴을 밟고 여문 그리움을 캐내기에 분주합니다. 들꽃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바람의 박자에 맞추어 하늘거립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빠져 풍경을 바라보는 사이, 어느덧 테를지 숙소에 도착합니다. 몽골식 전통 가옥과 게르가 미끈하게 대열하고 있습니다. 캠프를 운영하는 가족들은 친히 짐을 날라다 숙소 안으로 넣어줍니다. 숙소 안은 널찍한 침대와 샤워실이 있었으며 화장실에는 밧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시설이라면 여행하는데 조금의 불편함도 없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승마를 하기 위해 다시 승합차에 오릅니다. 초원을 따라 5분정도 이동하여 말 목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미끈한 말이 스무마리가 넘게 목장안에서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를 흔듭니다. 망아지는 부끄러운지 어미 뒤로 숨습니다.
7명이 모두 말 안장 위로 오르고 숲길로 접어듭니다. 강이 나타나자 말들은 강을 건너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가슴 가까이 차오르는 강을 건너고 물살을 거슬러 강을 건너갑니다. 말 위에 타고 있었지만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신발이 모두 젖었습니다. 불쾌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원시 침엽수림 사이로 햇살이 갈지자(之)로 흐르고, 이슬을 머금은 물매화는 밑동부터 화안해집니다. 저는 심호흡으로 꽃의 향기를 채집합니다. 바람이 꽃향기 한 가마니 머리에 이고 말잔등에 올라탄 듯 합니다. 말들은 마부의 인도에 따라 숲을 가로질러 탁 트인 언덕으로 향합니다. 몽골 말들은 사람을 태우고도 언덕 위를 가뿐히 올라섭니다. 언덕에서 우리가 지나온 강과 승마 길들이 조망됩니다. 해는 서편으로 기울고 멀리 산맥을 뚫고 왈칵 붉은 속살이 쏟아집니다. 말들은 언덕을 넘어 마구간으로 향하고 오늘의 여행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게르 숙소에 모여 조니워커를 나눠 마십니다. 저는 위스키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몇 잔을 들이켰습니다. 위스키 안주로 먹는 몽골 치즈는 담백하고 풍미가 넘쳤습니다.
박노철 전무님은 한때 설악을 뻔질나게 들락거리던 소싯적 얘기를 하셨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지나 큰 맘을 먹지 않고는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아쉬움을 말씀하시는 듯 했습니다. 조니워커를 30분만에 비우고 몽골 보드카를 마저 마시다 게르 밖으로 나왔습니다. 은하수가 하늘을 가르고 별똥별들이 간간히 시침질을 합니다. 우리는 더 자세히 별들을 바라보려고 까치발을 들어봅니다.
오랜만에 별을 세어봅니다. 어렸을 적 별을 세듯이 별을 세어봅니다. 직장에선 주간 보고서를 위해 결함의 개수를 세고, 시장에 가선 돈을 셉니다. 사실 이젠 무얼 셀 필요도 없이 계산된 신용카드를 주기만 하면 되고, 엑셀의 countifs함수와 sumifs 함수가 모든 걸 해결해 줍니다. 세는 것에 익숙하지 않던 우리가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 봅니다. 셈이란 목적이 존재해야 하지만, 오늘 세는 별은 굳이 개수가 맞을 필요가 없습니다. 셈에 익숙하지 않은 저는 50도 세기 전에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하고 맙니다.
테를지 숙소
초원 위의 몽골 말들
승마 준비중인 일행들
승마 준비 중인 일행들
게르 위로 펼쳐진 별들(홀리데이즈 장지룡 사장님 제공)
- 나무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짐승의 털로 만든 천을 덮어 만드는 몽골의 전통 가옥으로, 몽골 사람들은 드넓은 초원 지대에서 가축들을 키우며 자주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도 쉽고 헐기도 쉬운 집을 지음. 일반적으로 게르를 치는데 1시간 내외가 걸린다고 함 [본문으로]
'Storyteller > Lif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기의 마루금 걷기] 꽃과 별들이 꿈꾸는 곳, 몽골 (제3화) 테를지 트래킹-2일차 (4) | 2016.10.10 |
---|---|
[피아노와 함께 하는 이 시간 제16부] “Thanksgiving” (0) | 2016.10.06 |
[류가람의 아빠의 그림일기] 전주 한옥마을 담장에 & 한옥마을 인증샷 (0) | 2016.09.23 |
[이상기의 마루금 걷기] 꽃과 별들이 꿈꾸는 곳, 몽골 (제1화) 몽골 트레킹 준비하기 (10) | 2016.09.20 |
- Total
- 5,153,292
- Today
- 110
- Yesterday
- 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