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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들어서자 로봇이 먼저 손님을 반긴다간단히 인사를 하자 로봇은 방문 목적을 묻는다. “대출 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하자 로봇은 주요 대출 상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요즘 금리 추세와 고정 변동금리의 장단점우대 금리 활용 방법 등도 척척 알려준다.

위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의사의 상담을 받기 위해 진료실에 들어섰다의사가 모니터 화면을 켜자 로봇이 미리 분석해 놓은 검사 결과 관련 데이터들이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의사는 로봇의 도움을 받아 환자에게 최적의 맞춤식 처방을 제시한다.

영화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비서자비스의 등장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서비스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성큼 다가 와있다.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는 AI IBM 왓슨이다. 은행, 병원, 보험회사, 통신회사, 법무법인 등에취직한왓슨은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지도도 바꿔놓고 있다

특히 2006년을 기점으로딥러닝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 분야는 다시 한 단계 진일보했다. 딥러닝은 기계가 스스로 인지, 추론,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덕분에 인공지능의 배경지식이 되는 빅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군집화하거나 분류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진일보한 인공지능 왓슨은 다방면에서 전문가들을 돕고 있다.


"병원에 취직한 왓슨, 진단 분야 넘어 암 치료와 수술로 행동반경 넓혀"

IBM의 왓슨이 가장 먼저 도입된 분야 중의 하나가 의료계이다. 전 세계 의료 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간 72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IBM은 의료 서비스 시장 진출에 앞서 우선 왓슨에게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식을 쌓도록 했다. 2012 3월부터 왓슨에 60만 건 이상의 진단서, 200만 페이지의 의료 전문 서적, 150만 환자 기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왓슨은 이미 미국의 여러 병원에서 빠르고 정확한 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의료진이 각종 임상 정보를 입력하면 왓슨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법 등을 조언해주는 식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진단서, 의료 전문 서적, 환자 기록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왓슨이 스스로 판단해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치료법을 알려준다. 왓슨은 현재 전 세계 25개국 이상의 의료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왓슨은 미국 내 1위 암 진료센터인 메모리얼 슬로언 캐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와 의료 보험회사인 웰포인트(Wellpoint Inc.)와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의사들에게 진료와 관련된 객관적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왓슨이 맡은 업무는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를 바탕으로 건강보험 자료와 웰포인트 건강 보험회사에 등록된 3,420만명에 달하는 환자 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기초로 복잡한 의학적 치료법을 찾아내는 일이다.

왓슨 자체에 저장된 방대한 의료 관련 정보에다 보험회사가 가진 치료법 및 시술 자료, 병원이 가지고 있는 각종 질병 치료에 대한 기록 등을 모두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통합뿐 아니라 문맥을 유추해 환자에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해 준다. 이 공동 프로젝트에서 왓슨은 업데이트된 최신 정보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제시하는 한편 현재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인 요구사항을 포함해 모든 정보를 3초 안에 파악한다. 

또 왓슨은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에서도 활약한다. MD 앤더슨 암센터는 왓슨에 의해 구동되는 ‘MD 앤더슨 전문관리자 프로토타입(Oncology Expert AdvisorTM)’을 선보였다. MD 앤더슨 전문관리자 프로토타입은 암 센터의 모든 의료진에게 데이터 접근이 용이하도록 모바일 기기와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며 각 암 환자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프로파일 생성을 돕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왓슨의 데이터 분석 능력과 그에 따른 인사이트를 정확하게 추출하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왓슨의 암 진단 정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국종양학회에 따르면 왓슨을 이용한 암 진단의 정확도는 대장암 98%, 방광암 91%, 췌장암 94%, 그리고 자궁경부암은 100%로 해당 분야 전문의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뛰어난 암 진단 능력을 인정 받은 왓슨은 세계 최대 병원으로 유명한 메이요클리닉 뿐 아니라 예일대 부속 암센터 등 미국 내 14개 암 전문 병원과 협력 체계를 유지해 암 진료 및 치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왓슨은 태국 붐룬그라드 병원, 남아프리카 메트로폴리탄 헬스 등 세계 각국 의료 분야에서도 활약하는 중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사립 의료 기관인 붐룬그라드 병원에서는 왓슨 자체의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의 가이드라인에 기반해 개개인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연간 백십여만명에 달하는 붐룬그라드의 환자 중 절반 이상은 190여개 국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 온 외국인 환자다. 또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왓슨 도입 사례인 남아프리카 메트로폴리탄 헬스에서는 남아프리카 전 지역의 시민들에게 맞춤형 건강 및 웰빙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의료 분야에서 왓슨의 활약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미국 UC 샌프란시스코 등 5개 대학병원에선 왓슨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이 35만 건의 약 처방을 조제하면서 단 한 차례의 실수도 하지 않았으며 생물학 연구원들은 수 년이 걸리는 작업을 단 몇 주 만에 해냈다. 이처럼 왓슨은 단순 정보 추합을 넘어 정확한 진단과 연구, 치료의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자연어 이해와 빠른 데이터 분석으로 금융, 법률, 제조 등에서도 눈부신 활약"

금융 분야에서도 왓슨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우수고객 맞춤형 투자와 자산 관리 서비스에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 씨티은행은 고객의 대출 신용도 평가, 호주뉴질랜드은행의 투자 자문 서비스 등에 적용했다. 현재 왓슨을 금융업에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들은 주로 핀테크와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왓슨이 핀테크 시장에서도 곧 선두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보험 분야에서 왓슨은 보험 업계의 지원군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종류의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회사들에게 각 나라별로 서로 다른 보험 관련 규제들을 분석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보험 상품을 한국에 판매할 때 보험에 관한 규제를 왓슨에게 물어보면 즉각 답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왓슨은 보험설계사나 상담직원들이 고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새로운 상품과 판매 시나리오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금융 외에도 왓슨은 최근 행정·법률 서비스로 빠르게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2015년에 호주 특허청에 왓슨을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왓슨은 자연어로 작성된 방대한 양의 특허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무 처리 과정을 스스로 학습해 특허 심사 청구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 는 특허 심사 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심사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IBM은 왓슨을 기반으로 법률 자문 솔루션인 ROSS를 개발했다. ROSS는 사람과 대화하듯이 음성 명령을 받으면 자연어를 인식하고 분석해, 판례 등 법률 정보와 승소 확률 등을 제시한다. 왓슨의 진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특허와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왓슨의 활약은 판례를 포함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찾아 분석해 내는 능력 때문에 가능하다.

이렇듯 인공지능의 활동 영역은 이제 거의 제한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한 산업현장에서 작업을 하거나 도시의 교통흐름을 분석해 신호등 제어 주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등 제조, 서비스 분야에서도 폭넓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이 사생활 침해나 인간과의 갈등, 일자리 소멸 등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의 목소리도 있다. 인류에 처음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이와 같은 두려움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으며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직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터넷인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다.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거나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진료를 받을 때도,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때도, 보험을 문의할 때도, 법률 자문을 받을 때도 결국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그랬듯, 인공지능 역시 인간을 돕는 든든한 도우미가 될 것이다. 심지어 이 도우미는 지칠 줄 모른다. 정서적 편견도 없고 뇌물을 받을 줄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