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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맹목적입니다. 지적 장애가 있는 딸 세진이를 위해 사회적기업 ‘세진플러스’를 설립한 박준영 대표도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이죠. 이 땅의 모든 ‘세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신나게 놀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라는 박 대표의 도전기를 만나보세요. 


39년 봉제 인생 걸고 설립한 사회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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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플러스는 단체복, 운동복 등의 의류를 생산, 판매하는 의류제조업체입니다. 1977년 봉제업에 뛰어든 박준영 대표가 이전에 운영하던 봉제공장을 정리하고 지난 2010년 새롭게 설립한 사회적기업이죠.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있는 세진플러스 사무실은 입구부터가 특이한데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턱을 없애고 넓게 틔운 출입문이 주변의 건물들과 조금 다릅니다. 이곳의 직원 20명 가운데 12명이 장애인이기 때문입니다. 그중 8명은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몇 년 전 전국 장애인 시설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세진이와 같은 친구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직업 훈련 공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경영을 제대로 아는 것도, 사회복지 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절실함으로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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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뇌성마비 중증장애인을 목욕시키는 봉사를 하면서 장애인들이 집 안에만 머물러있으면 상태가 더 악화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들에게 보조금 몇 푼 지원하는 것보다 1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돈을 벌면서 자립할 수 있는 경쟁력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모두 달라요. 그것을 끌어내고, 개발해주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39년 봉제 인생 걸고 설립한 사회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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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대표는 세진플러스를 설립한 뒤 가장 먼저 ‘장애인 맞춤형 직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장애인 직원들을 적성에 맞는 직무에 배치하고 자기개발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름하여 ‘4-4프로젝트’인데요, 하루에 4시간은 공장에서 재단, 봉제, 포장 업무를 하고, 4시간은 각자에게 필요한 운동과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겁니다. 지적 장애인의 경우 인지력이 부족해 꾸준하게 문화, 예술 활동을 하며 자기개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세진플러스 소속 장애인 직원들이 비영리 민간단체 극단 ‘날으는 자동차’와 함께 뮤지컬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해 지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성장하다

박준영 대표와 세진플러스 임직원들


사실, 장애인을 고용해 직업훈련을 시켜온 지난 6년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교육 비용은 차치하고서라도 기존의 비장애인 직원과의 융화가 문제였습니다. 장애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직원들은 1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박 대표 역시 숱한 시간을 인내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매일 매일을 처음 가르치는 것처럼 일을 알려주어야 했고, 불만 표현이 다소 과격한 장애인 직원과 마찰이 있을 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련만큼이나 보람을 맛보는 일도 많았습니다. 직원 한 명이 영양실조와 수전증, 지적 장애로 삼중고를 겪고 있었는데,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도록 지원하며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시킨 결과 지금은 팔굽혀펴기 100개도 거뜬히 해낼 정도로 건강해졌습니다. 세진플러스에서 직무 교육을 받은 학생이 도자기 굽는 일에 소질일 있을 것 같다는 박 대표의 진로 조언을 듣고 가톨릭대 도자기학과에 지원해 합격한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실력을 닦은 뒤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직에 성공한 친구가 있었어요. 어느 날 제 생일이라고 회사로 초대해서 갔더니 사내 밴드부에서 배운 드럼을 저만을 위한 연주를 해주더라고요. ‘아빠와 크레파스’를 들으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그간의 힘들었던 기억이 말끔히 사라졌던 날이었죠.



SK행복나눔재단 투자 유치 및 우수 사회적기업 인증 등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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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플러스는 직원 한 명 한 명의 특성을 파악해 업무를 맡겨 생산성이 높습니다. 천연 유기 항균제인 은나노 복합체를 활용해 항균·탈취 기능을 가진 항균 원단을 개발하기도 했죠. 기성 교복을 입기 쉽지 않은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장애인 맞춤 교복 사업도 생산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서울지역 장애인 학교 6곳에 교복을 무상 보급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도 역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봉제산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지만, 세진플러스는 장애인들과의 따뜻한 동행으로 지난해 6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박준영 대표는 ‘작년에 신기하리만큼 좋은 일들이 쏟아졌다’고 말하는데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과 서울시 우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한국의류산업협회 우수봉제경영인상까지 거머쥐었습니다. 12월 마지막 날 SK행복나눔재단의 임팩트 투자를 유치한 것도 큰 성과입니다. 

SK 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 지원 ‘임팩트 투자’란?

SK가 보유한 비즈니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사회적기업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후,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성과를 평가해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를 실행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평가 기준으로 선정된 투자 대상에게 제도권 금융보다 우호적인 조건의 경제적 투자를 실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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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오래 했어도 영업이나 투자유치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려니 정부 투자를 받기 위한 문서 작업부터 재무제표 정리까지 쉬운 일이 없었죠. SK나눔재단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회사의 많은 부분이 체계화되었습니다. 저희 같은 영세한 회사들에 SK라는 대기업의 투자와 지원은 큰 힘이 됩니다. 세진플러스를 세우고 고군분투 했는데 든든한 아군이 있으니 요즘은 바빠도 피곤한 줄도 몰라요.


박 대표는 투자 지원금으로 4-4프로젝트를 보다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남양주 일대에 공동체 마을을 형성해 1만 명 정도의 장애인들이 거주하면서 일도 하고, 예술 문화 등을 누리며 교육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봉제공장에서 나오는 폐섬유를 재가공해 슬레이트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준영 대표는 딸 세진이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올 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림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묵묵하게 길을 걷는다면 언젠가 더 많은 사람의 손길이 ‘플러스’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딸 바보’ 아빠의 의미 있는 도전이 그 마중물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 콘텐츠 출처 : SK 그룹 블로그 SK STORY (http://blog.sk.com/1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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