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차(11/16, 타메따모- 샹보체남체 - 몬조) 13km - 5시간 55

08:10 타메(3,820m) 출발

08:45 삼데(3,760m) 도착

10:10 멘데(3,740m) 도착

10:50 샹보체(3,720m) 도착

11:40 남체(3,440m) 도착

12:50 남체(3,440m) 식사 후 출발

13:20 라자도반(2,830m) 도착

14:05 몬조(2,835m) 도착


랜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이제 5,000m를 넘나드는 고행의 여정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고 가벼운 트래킹을 하는 기분으로 사뿐하게 걸음을 걷습니다.

타메(Thame, 3,820m)로부터 삼데(Samde, 3,740m)까지는 굽이굽이 보테 계곡(Bhote Koshi)길을 따라 고개를 넘는 길인데, 계곡길을 따라 스투파와 불교 벽화를 곳곳에 볼 수 있습니다. 날씨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구름이 많고 안개가 자욱합니다. 아마도 올 가을의 성수기의 끝을 알리는 날씨인 듯싶었습니다.

계곡 건너편은 제법 큰 마을인 타모(Thamo, 3,520m)도 볼 수 있는데 타모에서 꽁데(Kongde, 4,250m)까지 가는 길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꽁데 마을에서 에베레스트 전경과 남체 마을을 보고 싶었으나, 남체에 짐을 맡기고 여정을 떠났기 때문에 꽁데에서 루클라로 가는 길은 갈 수 없었습니다.

멘데(Mende)에서 테세부 계곡(Thesebu Khola)을 건너 다시 언덕길을 올라서면 샹보체(Syangboche, 3720m) 마을에 다시 도착합니다. 샹보체는 남체에서 고소적응을 하던 3일차에 왔던 곳이기도 하며 가장 높은 비행장이기도 합니다. 샹보체에서 바라보는 콩데와 남체 마을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샹보체에서 계단을 따라 남체마을로 내려서 짐을 찾고 식사를 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야크 스테이크를 먹습니다. 고지에서 내려올수록 입맛이 돌아와 모든 것들이 맛있습니다.


멘데로 향하는 길

우측 타티카(6,093m, Tartikha), 누플라(5,885m, Nupla) 산군

삼데와 멘데로 가는 길은 여러 번의 구름다리를 지나가야 하고

엄청난 수량의 용소를 만나기도 한다

보테 계곡을 따라 벽화가 계속해서 보이며, 언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수려한 작품이다

햇볕에 말리고 있는 야크똥, 난로 연료로 사용된다

흐린 날씨 속에서 계속된 여정

되돌아본 멘데 마을

샹보체로 가는 하산길은 경쾌하다

아름다운 타르쵸와 운무로 가려진 꽁데

웅장한 스투파

샹보체로 가는 길 운무 위로 고개를 내민 쿠섬 캉카루(6,367m, Kusum Khangkaru)

10일 가까이 목욕을 할 수 없어 꼬장꼬장해진 얼굴. 샹보체에서 남체를 배경으로


남체에서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본부를 지나 라자도반을 향하는데, 어디서 낯익은 분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눈에 띄는 빨간 등산바지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일행을 리딩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땀을 흘린다기보다 기를 쓰고 선두를 잡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밀레(Millet) 단복을 입은 한국인들이 약 50명 떼를 지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아차, 그는 다름 아닌 '엄홍길 대장'이었습니다. 

“형~ ~” 저는 30미터 즈음 먼저 가고 있던 삼은님과 송주님을 뛰어가며 불러댔습니다.

“형, 봤어? 봤어? 엄홍길 대장?” 저는 들뜬 기분으로 물어봤습니다.

“응. 봤지.”

형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태연히 답하며, 속보로 하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삼은님과 송주님과는 달리 길게 늘어선 대열로 마주치는 밀레(Millet)’ 복장을 한 등산객들과 인사를 하며 하산했습니다. 그리고 단체 등산객들은 밀레(Millet)의 마케팅 프로모션 이벤트에 뽑혀 팡보체 마을까지 엄홍길 대장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뽑혀 온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잠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우리나라 그 누구도 엄홍길 대장이 세계 최고의 산악인 중의 하나라는 것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을 텐데 왜 땀을 저렇게 흘려가며 선두를 고수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만일 엄홍길 대장의 위치라면 더 젊은 아랫사람에게 선두의 자리를 주고, 밀레 우수고객들과 후미그룹에서 사진을 찍으며, 산과 인생얘기를 하는 것이 밀레 마케팅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홍길 대장에 대한 생각에 빠져 천천히 걷고 있는 동안 삼은님과 송주님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밀레 히말라야 원정대원의 후미그룹의 한 사람과 인사를 하는데, 그 중 한 분이 제게 어디를 다녀오시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3 Passes를 마치고 하산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질문하신 분은 3 Passes를 모른다고 하면서 사실은 KBS 기자인데 잠시 인터뷰를 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손사래를 치며 가이드 템바에게 인터뷰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한국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옆에 삼은님과 송주님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미 그들은 5분 이상의 거리를 앞서갔을 것입니다. 저는 하는 수 없이 약 15분간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필수로 구비해야 할 준비물, 3 Passes란 무엇인지, 히말라야를 오게 되는 동기, 힘들었던 점, 느낀 점 등등 질문에 응하고 나서 먼저 간 일행을 쫓아가기 위해 속보로 내려갑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TV에는 고락셉에서 갈라파타르 가는 길에 고산병으로 길에다 토한 얘기만 나왔네요.)  

 

<5 30초경에 인터뷰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동영상 출처 KBS>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등산객들이 여럿이 모여서 나무 위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송주님과 삼은님도 무얼 발견했는지 나무 위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나무 위에는 운이 좋은 등산객들만 볼 수 있다던 네팔 국조인 단페(Danphe, 히말라야비단꿩)가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단페는 몸길이 63~72cm, 몸무게 1.8~2.4kg 정도로 칠면조만합니다. 해발 2000m 정도에서 훨동을 하고, 히말라야산맥에 눈이 녹기 시작하는 여름이 되면 날기와 기어오르기를 반복하여 4500m 정도의 고지대까지 올라가 둥지를 튼다고 합니다. 바위 아래나 큰 나무동굴에 둥지를 틀고 한배에 4~5개 정도의 알을 산란하며, 26~29일 정도면 부화한다고 합니다. 단페는 식물의 뿌리와 줄기, 곤충을 먹고, 번식기로 갈수록 깃털 색이 화려해진다고 합니다. 네팔 힌두교인들은 사바신 앞으로 인도하는 새라고 믿는다 합니다. 1982년 법적으로 사냥이 금지되기 전까지 남자의 모자 장식으로 깃털을 사용하기 위해 남획되었으며, 현재 멸종 위기 동물로 보호되는 새로 보기가 극히 힘들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참으로 운이 좋았습니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단페(히말라야 비단꿩으로 네팔의 국조). 심봤다!


라자도반에서 점심을 하고, Fanta로 목을 축인 후 롯지의 식당 벤치에서 누워 롯지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밖의 전경은 평화롭고 한가합니다. 가슴을 졸이며 하루하루 일정에 쫓기며 투쟁 같은 삶을 지내온 세상에서 한참 떨어진 히말라야에 오니 마음이 더없이 느긋합니다. 벤치에 누워 바라본 바깥 세상은 세월이 멈춘 듯 합니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눈부신 햇살 속에서 이대로 누워만 있고 싶어집니다.

흥건한 게으름을 비집고 송주님이 몬조로 어서 가자는 재촉에 못 이겨 주섬주섬 옷을 입고 스틱과 카메라를 챙겨 다시 여정을 떠납니다. 하산길엔 코스모스, 유채꽃 등 익숙한 꽃들이 하산길을 축하하듯이 하늘거립니다. 흥얼거리는 노래에 맞추어 스틱질을 해대며 가는 하산길은 정겹기만 합니다.

30분 정도 두드코시 강을 따라 이동을 하면 드디어 몬조에 도착. 오늘의 여정을 마감합니다. 오늘은 드디어 거의 10일간 목욕을 하지 못했던 몸의 때를 빼고 광을 내는 날입니다. 가스 온수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샤워기가 머리로 떨어지면 물은 몸을 타고 구지렁물이 되어 발 밑으로 흐릅니다. 몇 번의 비누칠과 샤워를 하고 미뤄진 빨래를 완성하고서야 저는 새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목욕을 한 후 백숙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습니다. 오늘은 참으로 행복한 날입니다


아름다운 원시림

활짝 웃는 송주님. 묵은 때 빼기 전 후 비교용으로 찍어드렸다


14일차(11/17, 몬조팍딩루클라) 13km – 3시간 5

08:20 몬조(2,835m) 출발

08:50 뱅카르(2,630m) 도착

08:55 톡톡(2,640m) 도착

09:28 팍딩(2,610m) 도착

10:33 채플렁(2,660m) 식사 후 출발

11:25 루클라(2,840m) 도착


몬조 롯지 주인은 음식솜씨도 좋았지만, 에베레스트 트래킹 중 묵었던 롯지 중에서 가장 친절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할아버지 댁 이웃 같이 따뜻하고 세심했습니다. 우린 아침 식사 후 따뜻한 밀크티를 마신 후, 작별의 인사를 하고 루클라를 향해 여정을 떠났습니다.

서쪽으로 다시 보이는 쿠섬 캉카루(6,367m, Kusum Khangkaru) 와 동쪽으로 보이는 누플라(5,885m, Nupla)와 꽁데 언덕(4,250m, Kongde)의 멋진 광경을 바라보며 길을 걷습니다. 팍딩 마을에 도착하면 꽁데 언덕은 더욱 선명해 보입니다. 꽁데 언덕에는 꽁데 호텔이 자리잡고 있는데 하루에 숙박비가 약 100불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래도 시야가 좋고 아름답기 때문에 숙박하는데 아깝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꽁데 언덕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타메에서 삼싱(3,480m)이란 마을을 거쳐 4,250m 높이의 꽁데 언덕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에베레스트 여행 중 가장 친절하고, 깔끔했던 몬조의 Mountain View Lodge

가파른 경사의 팍딩언덕(Phakding Danda) 산사태가 나면 주택이 붕괴될 것 같다

주택의 셰르파족 아기


팍딩에서 남룽 마을까지 내려오면 2,492m의 최저점 마을까지 내려서는데, 이후 다시 가파른 오르막으로 따오마을과 채플렁 마을까지 오르면 2,660m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후 타샤로아 마을을 지나면 마을의 주택이 즐비한데 조금만 길을 따라 더 오르면 드디어 루클라에 도착합니다.  우린 12시 전에 루클라에 도착하여 에베레스트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남룽 마을 가는 길

지속적으로 만나는 계곡

구름다리도 계속 나오고

계곡 길을 지나다 다시 채플렁 마을로 오르는 언덕길


16일 예정된 코스로 여정을 떠났지만 14일 만에 루클라에 도착하여 조금 더 일찍 카투만두에 가고는 싶었으나, 우리가 타메에 도착한 날부터 기상이 악화되어 비행기 이륙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롯지엔 임자체(6,189m)에 도전했던 프랑스 등산객 일행과 미국에서 혼자 온 젊은 여성, 영국에서 온 4명의 일행들, 독일에서 온 3명의 일행, 그리고 한국의 대구에서 온 3명의 일행이 있었습니다.  대구에서 온 등산객들은 이틀 전 루클라에 도착했으며 아직도 카투만두에 가는 비행기가 밀려 탈 수 없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제 날짜에 루클라를 벗어날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가이드 템바에게 내일 카투만두로 갈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템바는 고마항공 직원이기도 한 롯지 주인에게 특별히 부탁을 하고, 아마 내일 카투만두로 갈 수 있을 것이란 얘길 전해주었습니다.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 우린 주위 여행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김치와 고추장을 열었습니다. 김치 냄새가 롯지 안에 진동했으나, 특별히 반응하는 외국인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영국에서 온 일행들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고추장을 한 입 떠먹고는 생각보다 맵지 않고 달다고 했습니다. 우린 식사를 하고, 편안히 밀크티를 마셨습니다. 바로 옆엔 미국에서 혼자 온 여성이 있었는데, 이름이 루나라고 합니다.  루나가 예약한 항공사는 Simrik 항공인데 오늘 단 한번만 도착했는데, 내일 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대구에서 온 3명의 일행들은 서로 말다툼을 했습니다. 이미 술을 많이 마셔서 만취한 상태였으며, 가이드한테 고객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고 다그치기까지 했습니다. 빨리 루클라를 벗어나야 다음 여행을 할 수 있는데, 항공권 예약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그 자리에서 가이드를 해고 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롯지 주인에게 한국말로 큰 소리로 서비스를 요청하기도 해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창피했습니다. 저는 템바를 불러 통역을 요청했고, 사태는 일단락이 된 채로 롯지에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15일차(11/18, 루클라)


오전 중에는 카투만두로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템바가 말해주었기 때문에, 아침을 먹고 루클라 산책을 나갔습니다. 루클라는 사실 그렇게 큰 마을이 아니므로 30~40분이면 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루클라의 번화 거리에서 다시 폴과 샤보를 만났으며, 스타벅스에서 빵과 커피가 끝내준다는 얘기를 듣고, 롯지에서 식사하지 않고, 스타벅스에서 빵과 커피를 먹기로 했습니다. 저는 송주님에게 점심을 사달라고 졸랐고, 송주님은 못이기는 척 빵과 커피를 사 주었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단 음식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습니다. 스타벅스 안에는 WIFI도 제공되어, 휴대폰으로 지인들과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오후에 비행기를 탈 수도 있기 때문에, 거리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롯지로 돌아가 대기하기로 했습니다.  날씨는 다시금 좋아져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오후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우린 오늘도 비행기를 탈 수 없었고 다분히 불안했습니다.

대구에서 온 일행들은 화가 치밀어, 롯지 주인에게 마구 화를 냈습니다. 험한 꼴을 보기 싫어 우리 일행은 롯지내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롯지에서 주문한 팝콘과 식료품점에서 사 온 맥주를 마시고 잠을 청했습니다.


16일차(11/19, 루클라에서 카투만두로)


아침부터 걱정이 많았습니다. 카투만두로 가는 비행기를 오늘도 잡지 못한다면, 헬리콥터를 불러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온 일행은 6명이 한 팀으로 헬리콥터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헬리콥터 한 대를 부르는데 300달러가 드는데, 그렇게 되면 1인당 50만원이 부담됩니다. 우리는 원래 일정이 17일차에 카투만두로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루를 더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시키고 나서 기다리고 있는데, 템바가 정신없이 롯지 안으로 들어와 비행기가 출발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정신 없이 숙소에 들어가 짐을 챙기고 혹시나 늦게 가서 표가 없어질지도 모른단 생각에 150미터가 되는 공항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공항에 다다르니, 공항표 공석이 생겼는데, 원래 예약했던 사람이 늦게 나타나서 그 사람에게 표를 줬다고 합니다. 우린 실망한 채로 다시 숙소에 돌아와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고, 다시 점심을 먹었습니다. 테라스에 앉아 나른한 오후를 즐길 무렵, 이제 정말 카투만두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린 다시 루클라 공항으로 돌아가 2시간 반 동안 대기한 끝에 카투만두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감옥을 탈출하는 기분이랄까? 비행기를 타며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우린 카투만두에 도착하여 엘피의 에스코트를 받아 안락한 호텔로 안착했습니다. 빌라 에베레스트(故 박영석 대장이 운영하다 그의 셰르파에게 식당을 기증했다고 함)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기분을 냈습니다. 내일 오후엔 나카르코트에 가서 다시 한번 히말라야를 감상할 예정입니다. 에베레스트는 트래킹을 하며 히말라야를 구경했다면, 나가르코트에서는 호텔에 앉아 히말라야 산군을 바라 볼 예정입니다.


17일차(11/20, 카투만두 시내 쇼핑 후 나가르코트 이동)


아침에 일어나 다시 빌라 에베레스트로 향합니다. 간단히 된장국을 먹고, 타멜 거리로 나가 등산용품 구경을 했습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최신형 Z스틱이 한국보다 좀 싸서 삼은님과 송주님은 1개씩 구매를 하고, JVill 여행사 엘피에게 에베레스트 커피를 주문합니다. 에베레스트 커피는 2000미터 이상 고지에서 자라는 아라비카 커피로 생산량은 많지 않으나, 품질이 매우 우수해서 선물 용으로 좋습니다. 

커피와 케시미어 목도리를 구매한 후, 다시 점심을 먹으러 빌라 에베레스트로 갔는데 그 곳에 바로 엄홍길 대장이 앉아 있었습니다. 인사를 건네자 그는 일어나서 중절모자를 벗고 중절모를 가슴에 얹고 정중히 90도로 제게 인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자신을 낮추는 엄홍길 대장의 모습에 감복했습니다. 에베레스트 하산시 일행을 이끌고 선두를 이끌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고산을 등반하며 훈장처럼 보이는 그의 잡티 섞인 얼굴 속에서 겸손함과 순수함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미소 속에는 히말라야를 닮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와 매력이 넘쳐났습니다. 평소 밀레(Millet) 상품을 썩 좋아하진 않았으나, 엄홍길 대장에 대한 호감으로 인해서 상품 구매로 이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베레스트와 카투만두에서 만난 엄홍길 대장(출처 : http://milletblog.co.kr/50145450878) 수줍어서 같이 사진 찍자고 하지 못했으나, 다음에 연이 있다면 꼭 찍을 수 있길 바래봅니다.

 

에베레스트와 카투만두에서 만난 엄홍길 대장(출처 : http://milletblog.co.kr/50145450878) 수줍어서 같이 사진 찍자고 하지 못했으나, 다음에 연이 있다면 꼭 찍을 수 있길 바래봅니다


점심을 먹고 나가르코트로 이동합니다.  숙소는 호텔 컨트리 빌라라고 하는데, 날씨가 썩 좋지 않아서 히말라야를 온전히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호텔이 아늑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히말라야는 볼 수 없었으나, 내일을 기약하며 또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서울로 가는 마지막 날도 히말라야를 볼 수 없었습니다.)

 

날씨가 좋다면 컨트리 클럽에서는 이런 모습입니다.(출처 : www.agoda.com)

오늘 날씨는 그럭저럭 이어서 히말라야를 볼 수 없습니다


에필로그

세 번째 히말라야 트래킹 중에서 에베레스트 트래킹은 가장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지붕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은 하늘을 걷는다는 것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말로 만드는 그 어떤 수사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란 질문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없습니다라고 답변하고 싶습니다. 또 누군가는 제게왜 갔으며, 무엇을 얻어왔냐?”고 묻습니다. 사실 그런 질문에도 딱히 적절한 대답이 없습니다.

힐러리 경이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고 말했듯이 특별한 목적이 있어 히말라야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도시가 아닌 정토(淨土)에 버금가는 곳에 터무니 없게도 나의 발자국을 막연히 남기고 싶었습니다. 자연이 주는 숙연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히말라야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회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Favicon of https://onebestturn.tistory.com BlogIcon ::리뷰:: 2015.12.15 10:48 신고

    마크똥.....^^;; tv에서 보긴했었지만, 직접 말리는 사진을 보니 많이 생소하네요.

    • Favicon of https://blog.skcc.com BlogIcon SK주식회사 C&C 블로그 운영자 2015.12.16 09:46 신고

      생긴 건 쑥개떡처럼 생겨서 난로 원료로 쓰인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죠~?

    • 이상기 2015.12.23 17:54

      야크똥 말린 것 점심용으로 팬케잌처럼 구워주겠다고 농담하던 일이 생각나네요. ^^

  2. 등산 2015.12.15 14:02

    멋진 경험입니다. 동네산도 오르기 싫지만 에베레스트라니 꿈만 같네요.

    • 이상기 2015.12.23 17:55

      안녕하세요.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전하기 마음먹기 어려운 곳이지만, 도전이 반이라고 생각합니다.

  3. 도전히말라야 2015.12.21 22:18

    쓰리패스르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랑,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이랑 어떤 길이 트래킹하기 좋은지 알고 싶습니다.

    • 이상기 2015.12.23 17:56

      일반적으로 교쿄 방향에서 추쿵 방향으로 가지만, 추쿵 방향에서 고쿄로 가는 것이 경사도 면에서 이익입니다.
      나중에 스케쥴 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4. 도로시 2015.12.22 20:50

    EBC도 힘든데 쓰리패스라니 대단합니다. 에베레스트 후기 중에서 상당히 괜찮은 후기글입니다. 잘 봤습니다.

    • 이상기 2015.12.23 17:57

      안녕하세요. 도로시님 과찬이십니다.
      야크존에 가면 3Pass 후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혹시 가게 된다면 참조하세요. 제 글보다 상세한 후기들이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