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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차(11/13, 종라촐라드라낙 11km - 6시간 48

06:15종라(4,730m) 출발

10:56촐라(5,420m) 도착

13:10 드라낙(4700m) 도착

새벽부터 일찍 일어났습니다.  어제 역경을 딛고 오른 칼라파타르의 광경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어제 칼라파타르를 포기했다면 오늘 촐라(Cho La, 5,420m)를 자신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촐라(Cho La, Cho Pass, 5,400)는 에베레스트 코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고개라고 합니다.  물론 기상이 악화되거나, 눈이 많을 때는 체력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갈 수가 없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물론 가을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길이 좋기 때문에 체력만 된다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촐라 입구에서 송주님과

촐라를 도전하는 폴, 샤보는 갈라파타르에서 바로 하산했다고 합니다

종라에서 좌측 사면 길을 따라 오르기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급경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역시 명불허전 촐라입니다.  촐라는 아직도 까마득히 보여, 오를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납니다.  드디어 악명이 높은 급경사 바위지대가 시작되고 저는 50 발자국을 채 딛지 못하고 스틱에 기대 가뿐 숨을 몰아 쉽니다. 

가이드 탬바는 제가 좀 더 돌아가지 않도록 지름길을 개척하여 이동했으나, 눈이 좋아리 위의 높이로 쌓여 신발 안쪽으로 눈이 들어와 발이 시려옵니다.  카투만두 호텔에 두고 온 스패치(눈이 신발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무릎 아래부터 신발까지 덧대는 천)가 아쉬웠습니다.

상어 아가리같이 무시무시한 입을 쩍 벌린 크래바스(빙하가 갈라져 꺼진 틈) 지역을 지나, 눈 사면길을 오르자 햇빛에 눈이 반사되어 눈이 멀 지경이었습니다. 가방에서 썬글라스를 꺼내 고쳐 쓰고 더욱 힘을 내어 촐라로 향합니다.  힘이 빠지지 않도록 정상을 보지 않습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1m 앞의 길에 대해 최선을 향해 걷습니다.  가끔씩 쉬기도 하면서 돌아온 광경을 돌아보면, 미지의 세계를 두발로 뚜벅뚜벅 걸어온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촐라, 세계 각국의 트래커들이 정상을 딛고 환성을 질러댑니다.  물론 저도 그들과 똑같이 기뻐하며 마냥 즐거워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흥분해 있지만, 가이드와 포터들은 직업상으로 많이 다녀봤기 때문에 큰 감흥은 없는 듯 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살펴보기보다는 흥분한 우리의 표정을 살펴보며 마냥 흐뭇해 합니다. 

촐라에서 드라낙 방향으로 하산하는 방향으로는 파노라마 같은 연봉들과 함께 중국의 초오유가 늠름하게 서있습니다.

촐라를 너머 드라낙(당락이라고도 불림, Dragnag, 4,700m)으로 가는 하산길은 급경사 너덜길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급경사 너덜 내리막 길을 따라 약 300미터를 내려오고 나면 다시 경사는 완만해지고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 드디어 드라낙 롯지에 도착합니다.  13 10,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촐라를 가뿐이 넘어 롯지에 도착였습니다. 

촐라로 가는 기나긴 눈길

심장은 벌렁거리고 호흡을 가다듬을 수 없어 스틱에 기대어 호흡조절중

촐라로 가는 마지막 깔딱고개

드디어 촐라 정상에서(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터 니디스, 저, 삼은(이명덕), 송주(송주식), 가이드 템바, 포터 기안)

촐라패스 정상에서 독일인 하이디(Heidi)

드디어 드라낙 도착


11일차(11/14, 드라낙고쿄고쿄리 - 고쿄) 9.5km

08:05 드라낙(4,700m) 출발

11:15고쿄(4,790m) 도착 및 식사

13:30 고쿄(4,790m) 출발

14:20 고쿄리(5,360m) 도착

15:04 고쿄(4,790m) 도착


드라낙에서 고쿄까지는 고줌바 빙하지대(Ngozumba Glacier)를 타고 북쪽으로 빙하길을 타고 걸어야 합니다.  빙하지대는 꽁마라의 쿰부 빙하지대처럼 가로질러 가는 길이 아니므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고줌바 빙하지대 길에서는 초오유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으며 초오유를 포함한 티벳 방향으로 보이는 고산 능선들은 장쾌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고쿄로 가는 길은 크레바스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옅은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다가 빙하지대를 지나 언덕길 급경사를 오르면 에베레스트에서 가장 경치가 멋있다는 고쿄 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삼은님은 우측 설산 초오유를 조망하고

“와우!”

단말마 같은 감탄사가 본능적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옥색 호수와 더불어 아름다운 마을이 펼쳐지고, 카투만두에서흔하게 연출되던 풍경화가 내 눈앞에 실제 모습으로 펼쳐집니다.  이런 곳에서는달려달려전문인 삼은님과 송주님도 쉬어 가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마을 언덕 어귀에서 롯지로 들어서지 않고, 한참 동안 호수를 바라봅니다.  설산과 호수는 천생연분 어울립니다.  호수 바로 뒤 코쿄리(GokyoRi, 5,360m)와 어울려 무량한 감동이 호수와 같습니다.  문득, 선계의 세상에서 내 모습을 호수에 비추어 한 점 부끄러움을 덜어내고, 기어이 선계에 입성한 듯 합니다.

아름다운 코쿄리(Gokyo Ri, 5,360m)를 배경으로 삼은님

같은 곳에서 저도 한 컷

왼쪽 파리랍체(Pharilapche, 6,017m)와 렌조라(Renjo La, 5,415m)를 배경으로

우리는 롯지에 도착하여 마늘 수프와 찐 감자를 먹고, 오후가 되어 다시 고쿄리GokyoRi, 5,360m)로 향합니다.  우리가 목적으로 한 3개의 봉우리 중에서 마지막 봉우리이며, 다른 트래커들의 후기로는 가장 쉽다는 봉우리입니다.  코쿄에서 약 500미터 높이의 봉우리라 도봉산 정도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으나, 고도가 너무 높아 쉽게 볼 수는 없습니다. 

코쿄리로 가는 길은 보기엔 쉬운 듯 하나, 역시나 힘에 겹습니다. 심장은 쪼개질 듯 벌렁거리고, 햇살은 따갑습니다.  썬크림을 바른다는 핑계로 산등성이에 주저앉아 마냥 더드호수(DudhPokhari, 코쿄 마을에 있는 호수)를 바라봅니다.  종일 햇살에 그을리고, 바람을 맞아 검붉게 그을려도 좋을 듯 합니다.

다시 여정을 떠납니다.  청정무구한 자연 속에 길을 걷습니다.  범상치 않으나, 결코 사위스럽지 않은 청정무구한 공간 속으로 저를 밀어 넣습니다.  청자빛 하늘과 설산, 그리고 옥색 호수 속에서 저의 가난한 마음을 충분히 재태크합니다.  이런 감사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 덧 고쿄리(Gokyo Ri, 5,360m)에 도착합니다.

멀리 에베레스트가 우뚝 서있고, 반대편으로는 초오유가 신비스럽게 우리를 바라봅니다.  이밖에 로체와 눕체, 아라캄체가 조망됩니다.  말로만 듣던 기라성 같은 산들을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다시 산에서 내려와 교쿄마을의 롯지에 자리잡은 후, 휴가 중의 회사 일이 걱정되어 롯지 주인에게 WIFI가격을 문의했더니, 무려 한시간에 500루피, 하루종일 1,000( 13,000)루피를 달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도둑놈들!  저는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1,000루피를 지불하고, WIFI를 사용했습니다.  WIFI를 켜니, 카카오톡이 불이 나면서 난리도 아니네요.  QA(Quality Assurance, 소프트웨어 품질을 관리하는 직무) 단체 톡방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핸드폰 카메라로 창밖을 찍어 보냅니다.  그림 같은 풍경에 톡방이 난리가 납니다.  차량으로 갈 수 있는 곳이냐는 질문에 11일동안 걸어 왔다고 답변을 하자, 그냥 사진으로만 보겠다고들 합니다.  한바탕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아울러 사업관리 총괄 부장님도 프로젝트 검수에 큰 문제는 없으며 조심히 다녀오라고 합니다.  저는 비로소 안심하고 한가하게 블랙티를 마시며, 오늘 롯지에 모인 등산객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더드 호수(Dudh Pokhari)를 배경으로, 포터 기안

중앙 에베레스트 산을 배경으로 한 컷

티벳 방면으로 한컷, 초오유(Cho Oyu, 8,201m)도 보이고

왼쪽 캉중 피크(Kangchung Peak, 6,063m), 그 오른쪽은 촐로(Cholo, 6,089m), 가운데 뽀족한 산이 에베레스트(Everest, 8,848m), 바로 오른쪽 앞은 눕체(Nuptse, 7,861m), 그 오른쪽 뒤는 로체(Lhotse, 8,414m), 오른쪽 끝 봉우리는 아라캄체(Arakam Tse, 6,423m), 촐라체(Chola Tse, 6,335m)

아래 교쿄 마을과 고줌바 빙하지대(Ngozumba Glacier)를 건너 아름다운 설산들


12일차(11/15, 고쿄렌조라룸데-타메) 22.5km

07:20 교쿄(4,790m) 출발

10:25 렌조라(5,415m) 도착

12:20 룸데(4,368m) 출발

15:38 타메(3,8200m) 도착

오늘은 마지막 고개를 넘는 날로 우리의 3passes가 완성되는 날입니다.  어제 삼은님은 우리에게 하나의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는 약 8일간 샤워를 하지 못했고, 고산 증세로 인해 밥맛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룸데(Lumde, 룽덴이라고도 함)에서 1박을 하지 말고, 타메까지 내려가서 샤워를 하고 밥을 먹자고 했습니다.  20km가 넘는 험난한 길을 과연 갈 수 있을지 걱정은 되었지만 고산병이 나지 않도록 씻지 않고, 물티슈로 몸을 닦아 왔기에 샤워가 너무도 하고 싶어 삼은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하고 길을 나섭니다. 

렌조라는 교쿄리의 산등성이 좌측 길을 따라 이동하는데, 처음엔 완만한 길로 들어서다 역시나 급경사로 이어집니다.  꽁마라와 촐라에서 이미 경험한 급경사라,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져, 오르막길이 숙명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급경사로 힘겨운 발걸음을 하는 본인

높은 급경사를 바라보니 까마득하기만 한 렌조라

가쁜 숨을 고르려 쉬며 가던 길을 돌아보니 돌아 보니, 비천님께서 천의를 나부끼며 꽃을 뿌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듯, 선계의 경계에 선 듯합니다.  다시 가파른 산길을 따라 렌조라로 향하고, 이제 거의 정상의 타르쵸가 선명해집니다.  40도가 넘는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올라도 마지막 렌조라(Renjo la, 5,415m)는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 그런데 반대편 정상에서 뛰어 내려오는 무리들, 각자 가슴에 고유번호를 붙이고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다름 아닌 에베레스트 산악마라톤 무리들입니다.  대부분이 유럽인들로 보이는데, 걸어가기도 험난한 이 험한 길을 뛰어서 다닌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인간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인류의 발전이 그에 기인하지 않았나 생각되었습니다.  저도 그들을 따라 조금 더 힘을 짜내 발걸음을 옮기고, 드디어 정상 도착3Passes를 드디어 성공하였습니다!

선계(仙界)와 같은 산군들, 가운데는 에베레스트

렌조라 인증샷, 정상은 산악마라토너 무리로 북적거리고

우리는 벅찬 가슴을 쓸어 담고 룸데 방향으로 하산하였습니다.  하산길은 렌조라로 오르던 급경사보다 더욱 사악한 너덜 내리막길입니다.  조심조심 발길을 내딛어,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일행들에게 낙석이 떨어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입니다.  너덜 급경사를 지나자 비로소 완만한 내리막 길로 이어지고, 그제서야 3Passes를 안전하게 하산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구름은 점차 많아져 산봉우리들이 구름을 휘감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넘도록 목욕을 할 수 없어 머리는 떡지고, 수염은 무성히 자라고

되돌아 본 렌조라

운무는 산에 걸쳐 한층 아름다움을 뽐내고

구름길을 걸어가며, 능선은 더운 선명하게 그 윤기를 자랑질

룸데(Lumde, 4,368m)를 지나 마루룽(Marulung, 4,210m) 마을에 다다르자 돌담으로 지어진 이국적인 마을이 장관입니다.  이 험난한 자연환경을 딛고 아름답게 가꾸며 사는 마을사람들의 기지가 빛납니다.  마을을 지나 타메(Thame, 3,820m)로 가는 길은 다수의 초르텐이 우뚝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윽고 몇 개의 고개를 지나 타메의 롯지에 도착. 샤워를 하려고 하였으나, 아쉽게도 보일러 가동을 할 수 없어, 따뜻한 물을 데워 샤워를 하려고 하였으나, 따뜻한 물 양동이 1개에 무려 400루피( 5,500). 우리는 샤워를 내일로 미루기로 하고, 야크 스테이크와 피자 등을 주문해 먹고 오늘의 기나긴 여정을 자축하였습니다.

돌담으로 만들어진 마루룽(Marulung) 마을과 농장

타메로 가는 길 초르텐 앞에서 삼은님

타메로 가는 언덕길을 앞두고, 초르텐의 지혜의 눈


언덕마다 세워진 정성스러운 불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