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별들의 전쟁이 올림픽이라 하면 유니버시아드는 앞으로 빛날 샛별들의 전쟁이라고나 할까? 현재보단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젊은 반짝임의 향연, 그 시작의 순간을 함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유니버시아드(Universiade)는 전 세계 대학스포츠의 발전과 교류를 위해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서 주최해 2년에 1번씩 열리는 세계 학생 스포츠대회이다. 열정 넘치는 젊은 혈기들의 경쟁이 올해는 ‘창조의 빛, 미래의 빛(Light up Tomorrow)’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대한민국 전라남도 광주에서 열렸다.

2015 7 3, 뜨거운 햇볕 아래 도착한 광주 월드컵 경기장. 이곳은 광주U대회 기간 동안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아직 개막식까지는 반나절이나 남았기 때문인지 경기장 주변은 한산해 보였다. 커다랗게 붙은 유니버시아드 현수막과 종종 보이는 스태프들만이 이곳이 광주U대회 현장임을 알려줬다. 개막식이 시작되는 저녁까지는 시간이 남았던지라 경기장 이곳저곳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벌써 시작된 그들만의 싸움

생각보다 넓은 경기장 부지를 돌고 돌아 도착한 염주실내수영장. 안에서는 러시아와 캐나다 여자 수구 경기가 한창이었다. 바로 앞의 지름길을 두고 주경기장을 빙 둘러 도착해서인지 수영장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바로 수영장으로 뛰어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시원한 물살을 가르며 이리저리 공을 패스하고 슛하는 수구 경기를 보고 있자니 한여름의 더위는 말끔히 사라졌다.

잠시 숨을 고르며 경기를 구경하고 있던 내 눈에 무심코 띈 ‘SK C&C. 누가 우리 회사 사람 아니랄까 봐 그 많은 A보드 중에서도 유독 SK C&C가 먼저 보였다. 그리고 발견한 또 다른 SK C&C. 이번 광주U대회 대회운영 통합 시스템의 구축·운영을 담당하고 있어 경기장별로 담당자가 함께 경기 진행을 책임진다. 우리 회사가 국제 대회의 일원으로서 경기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면서 저분들은 일하는데 나 혼자 놀고 있는 듯해 죄송스런 맘이 들기도 했다.

시원했던 수영장을 뒤로 한 채 이동한 곳은 배구경기장. 마침 대한민국과 대만 남자 배구 경기가 있었다. 역시 한국 경기이다 보니 관중석은 꽉 차있었다. 광주U대회 서포터즈들과 근처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나왔는지 중학생들이 힘차게 응원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어떤 여학생 그룹은 미리 응원 구호를 짜와 전문 응원단 못지않게 힘찬 함성과 “오빠 잘생겼어요~”를 연발해 주위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소녀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잦은 실수를 범하는 한국팀. 아직 봐야 할 곳이 많다는 핑계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광주U대회 또 다른 볼거리, 마켓 스트리트

개막식의 시작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아까 지나쳐간 마켓 스트리트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각종 문화행사와 볼거리가 가득했다.

말로만 듣던 3D 프린터를 직접 구경할 수 있었고 지진피해 입은 네팔 학교를 재건하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손과 팔에 헤나를 해줘 직접 체험해봤다.

기업관에서도 이것저것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나 SKT는 돔 형태의 특이한 모양으로 외부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4D 입체영상체험관, 증강현실과 같은 최첨단 ICT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관의 한쪽에 자리 잡은 컨테이너에서는 광주U대회 대학생 방송인 ‘유니브로’의 중계 준비가 한창이었다. 대학생의 축제인 만큼 그들 스스로 아나운서부터 기자, 촬영, 편집, 송출까지 맡아 진행한다고 한다. 훈훈한 외모의 아나운서가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마저 훈훈해졌다. 이 기분을 그대로 이어 드디어 대망의 개막식으로 이동!!

진정한 시작을 알리다

이미 시작된 식전 행사에 사람들은 더욱 다급해져 메인 게이트는 인산인해였다. 많은 인파를 뚫고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넓디넓은 무대와 커다란 ‘U. 아직 비어있는 무대 위의 자리들은 선수단이 입장하여 착석하는 자리라고 했다. 생각보다 큰 경기장과 빼곡히 차있는 관중들로 괜스레 나 혼자 긴장되고 설레기 시작했다.

태극기가 하늘 높이 펄럭임과 동시에 개막식이 시작됐다. 첫 번째 축하 공연은 태극기의 양과 음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조화로 어우러진 무대였다. 힘찬 깃발과 여리게 흔들리는 춤사위가 진정한 화합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참으로 한국다운 하지만 전 세계 누가 봐도 반할만한 무대였다. 시작부터 기대 이상의 것을 보여줘 급격한 흥분상태로 들어가버렸다.

이제 이 무대의 진정한 주인공들이 입장할 시간. 170여 개국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만큼 행사 순서에는 무려 90분간의 입장시간이 안내되어 있었다.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선수들이 입장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상실감도 잠시. 이색적인 환영 인사와 주인공들의 발랄한 모습에 취해버렸다. 각 나라가 입장할 때마다 반대편 좌석엔 커다랗게 나라의 이름과 환영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나라별로 입장하는 태도랄까? 개막식에 임하는 자세 역시 달랐다. 신나게 들썩이며 등장했던 베네수엘라. 커다란 배너에 한글로 “광주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합니다.”를 적어온 브라질. 홀로 나라를 대표해 참석한 선수들은 조금 외로워 보이듯 얌전히 입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광주U대회 마스코트인 누리비와 하이파이브하며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학생다운 풋풋함과 흥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대회 개최국인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하며 선수단 입장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시작된 두 번째 무대에서는 한국의 과거로부터 최첨단 ICT를 활용하며 사는 현재의 모습까지 역동적으로 보여줬다. 꿈과 희망을 그리며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 고난과 좌절을 겪으며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지만 결국 희망과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담은 마지막 무대. 배우이자 뮤지컬배우인 주원,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국악인 송소희가 함께 부른 ‘U are shining”은 U대회를 참가하는 젊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참석한 모두를 밝혀줬다. 가장 마지막 부분엔 강강술래가 울려 퍼지며 중앙 무대 위의 출연자들은 원을 그리며 돌았다.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무대 아래에 있던 출연진들이 선수단 사이를 뛰어다니며 각 나라의 선수들과 함께 손잡고 뛰놀았던 부분이다. 뭔가 한국인의 다 같이 즐기려는 정서가 돋보이는 듯하여 마음이 뭉클했다. 평소에는 국악이니 한국 전통춤이니 전혀 찾아보지도 듣지도 않지만 이런 큰 행사자리에서 우리의 것을 만나면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참으로 현대문화와도 잘 어우러지는 한국 고유의 전통. 이런 퓨전적인 요소를 통해서라도 널리 전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모든 문화공연이 마무리되고 이제 정말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들이 무대로 등장했다. 경기장을 돌며 성화를 이어가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체조의 자존심 양학선이 불꽃을 이어받아 무대로 올라갔다. 그 뒤 깜짝 등장한 최종 주자 박찬호와 함께 ‘Light up Tomorrow’라는 슬로건에 불을 밝혔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의 희망이 함께 밝힌 성화여서 그런지 그 어떤 성화보다 의미 깊었다.

U are shining

개막식을 마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아쉬웠다. 생각보다 화려하고 흥미로웠던 개막식이 끝났기 때문도 있었지만, 오히려 앞으로 저 선수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에서는 아무래도 경기 결과와 기록에 더 중점을 두지만, 유니버시아드는 참가하는 선수들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회사에서도 ‘SK 행복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U대회 참가 선수들의 감동스토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끝이 아닌 시작과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 혁신과 사랑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어찌 보면 저들은 이제 막 빛을 내기 시작한 샛별이기에, 경기 결과보다는 얼마나 그들이 열심히 노력해왔는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이미 불을 밝히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 같다.

해가 진 광주 월드컵 경기장은 선선했고 퇴장하는 인파 속에 정신없었지만 힘차게 타오르는 선수들의 시작을 함께하며 나 역시도 빛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