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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과 목표가 명확한 제안 프로젝트는 언제나 바쁘고 정신이 없다.
이국의 정취를 즐길 새도 없이 업무에 집중하던 중, 드디어 베트남의 진수를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
출장 중에 즐긴 메콩강 힐링 여행을 추억한다.
나의 2015년은 베트남 호찌민 시 물 관리 제안 프로젝트와 함께 시작됐다. 정신없이 기술 파트를 작성하고 현장 검증을 하기 위해 베트남 호찌민 시에 출장을 왔다. 태어나서 처음 온 도시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일정이 촉박해 종종 원조 쌀국수를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라이언트의 지방 출장으로 주말 일정이 비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PM님에게 베트남 메콩강 투어를 제안했다. 타당한 명분도 준비했다.
“PM님! 성공적인 물 관리 프로젝트를 제안하기 위해 메콩강 하류 현장 실사를 갈 필요가 있습니다!” PM님은 못 이기는 척 같이 가자고 하셨고, 그렇게 우리는 힐링 여행을 위해 현지 여행사를 찾았다. 베트남 전통 의상 아오자이를 차려입은 여행사 직원의 상냥한 안내로 우리는 메콩강 당일 여행을 신청했다. 시외버스비와 점심값을 포함한 가격이 단 26만 동(한화 약 1만 3,000원)이라는 말에 마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혹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치까지 챙겨 버스에 올랐다. 최대한 김치 냄새가 안 나게 하려고 구석 자리에 앉아 내심 한국인이 옆에 앉길 바랐다. 다행히 인심 좋아 보이는 한국인이 옆자리에 앉았고, 나는 자기소개와 함께 김치 냄새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본인을 ‘박 씨 아저씨’라 소개한 그분은 점심시간에 김치 좀 나눠달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인다. 역시 한국인은 김치로 통하나 보다.
한 뼘 더 성장한 나를 발견하다
메콩강 하류 삼각주 지역까지 두 시간 정도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베트남 풍경을 흥미롭게 둘러봤다. 이 나라의 주요 이동 수단인 스쿠터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중간중간 SBS <런닝맨>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광수 사진도 보였다.
베트남에도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데, 그중에서 이광수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드디어 삼각주 지역에 도착했다. 메콩강은 유난히 노란 빛이 감돈다. 가이드 말을 들어보니 주변 토양 때문이라고 한다. 유역 주변은 ‘유니콘, 불사조, 용, 거북’이라는 이름을 가진 4개의 섬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 여행은 육로로 거북섬에 들어가 산책을 한 후 배를 타고 용섬과 불사조섬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코스다. 메콩강 삼각주 유역은 땅이 매우 비옥해 3모작이 가능하고 각종 과일이 무성하게 열리는 축복받은 지역이다. 불사조 섬에는 코코넛만 먹으면서 3년간 생존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불사조’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정말 섬 주변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코코넛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회사 카페에서 제일 비싼 코코넛 워터가 여기에는 이렇게 흔하다니. 베트남에 있는 동안 코코넛을 실컷 먹기로 작정했다. 힐링 여행답게 투어는 산책으로 시작했다. 유쾌한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시골길을 걸었다. 산책 중에 양봉장에 들러 꿀과 로열젤리를 살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양봉장 직원이 벌집을 들고 다니며 천연 꿀을 보여주다가 실수로 벌집을 떨어뜨렸는데, 놀란 벌들이 부서진 벌집 주변을 날아다니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곧이어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됐다. 오늘의 특선 메뉴는 코끼리귀 생선. 화려하긴 했지만 그리 맛있어 보이진 않았다. 김치와 함께라면 먹을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아뿔싸, 버스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 PM님과 박 씨 아저씨는 매우 아쉬워했고 나도 죄송한 마음에 괜히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김치 없이는 도저히 코끼리귀 생선을 먹기가 어려워 밑반찬으로 식사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코코넛이 많은 불사조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페리에 몸을 실었다. 20분 정도 이동하며 바라본 풍경은 한국의 여느 시골길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시원한 강바람과 물소리 그리고 편안한 하늘은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경쟁도, 제안도 다 잊고 온전히 자연을 즐길 수 있었던 순간. 출장 중 이렇게 짬짬이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Global사업팀의 매력이 아닐까? 불사조섬에 도착하자 수많은 과일과 코코넛 나무가 눈에 띄었다.
섬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기 위해 작은 나룻배로 옮겨 탔다. 나룻배를 타는 동안 가이드가 베트남 전통 모자인 ‘농’을 씌워주기도 했다. 나도, PM님도 셀카 삼매경! 그러는 사이 코코넛 농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동안 몰랐던 코코넛의 이모저모를 배웠다. 우선,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코코넛은 마시면 안 된다. 설익은 코코넛은 물처럼 마시고, 너무 익으면 그 기름을 핸드크림으로 쓰거나 녹여서 사탕을 만든다. 딱딱한 껍질은 땔감용이다. PM님은 생 코코넛을 한국에 가져가고 싶어 했지만 농수산물반입법 때문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자 그 대신 코코넛 사탕을 구매했다.
맛은 호박엿과 비슷한데 조금 덜 달다. 이렇게 불사조섬의 여유로운 농가와 사원을 구경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투어를 마치고 호찌민으로 돌아가는 길, 몽골 출장이 생각났다. 너무 긴장한 탓에 전날 먹은 저녁이 급체해 링거를 맞고 출발했던 첫 출장과 비교하면 이번 출장은 비교적 순탄했다. 아직은 풋내기 사원이지만 그사이 많이 성장한 것 같아 뿌듯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설렘과 열정을 간직하고 순간순간을 즐긴다면, 바쁜 출장과 잠시의 여유를 모두 즐길 수 있다면 언젠간 SK가 바라는 글로벌 인재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전 세계 곳곳에서 땀 흘리며 수고하고 있는 우리 구성원에게 보탬이 되겠다는 다짐은, 베트남 힐링 여행에서 얻은 값진 수확이다.
♣ 글 · 사진 : 여진수 Global사업2팀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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