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대종주란?

화엄사를 들머리대원사를 날머리로 하는 산행코스를 말하며 지리산 클래식 종주라고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지리산 종주라 함은 중산리에서 성삼재 또는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를 의미하며가끔 성삼리 대신 백운동 계곡으로 하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대종주는 종주산행의 대표적인 코스이며이른다 “잘간다는 산꾼들은 완주한 경험을 토대어 화대종주 기록을 자랑삼아 얘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무박 지리종주는 몇 번 경험하긴 했으나, 막상 무박 화대종주는 기회가 닿지 않아 경험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무박 지맥/기맥 종주 산행시 30km가 넘고, 높낮이가 심한 마루금을 걸으며, 산친구들이 화대종주보다 힘들다며 손사래를 칠 때마다 저는 화대종주가 얼마만큼 힘든지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화대종주는 적게는 44km 많게는 47km로 측정되며, 도상거리는 일반적으로 46.2km, 실거리는 48km으로 봅니다.


화대종주 기록

2015 5 24 02 32 ~ 2015 5 24 18 14( 15시간 42)

거리 : 46.2km

평균속도 : 3.4km/h, 휴식제외 : 3.7km/h


화대종주 시작

02:32 화엄사 주차장

04:17 코재

04:21 노고단

04:59 임걸령

04:16 노루목

05:25 토끼봉

07:05 연하천 산장


오늘의 Pacemaker는 삼은님을 모셨습니다.  삼은님은 1대간 9정맥 종주자이며, 다수의 지맥/기맥을 종주했습니다.  오지산행 전문가이기도 하며, 약초에 대한 지식도 해박합니다.  저와는 일본 북알프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와 마나슬루 트래킹를 함께 했습니다.  웬만한 사람의 허벅지 크기만한 종아리에서 뿜어 나오는 파워로 중산리에서 천황봉 정도는 쉬지도 않고 가뿐하게 오르는 실력의 소유자로 제 pacemaker의 역할로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새벽 2 25좋은 사람들 산악회관광버스에서 하차하여 장갑을 끼고 헤드랜턴을 켠 후, 스틱을 고정하고 나니 2 32, 주위 사람들은 모두 노고단으로 향하고 우린 뒤따라 허겁지겁 코재로 향했습니다.  코재는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오르는 지능선에서 주능선으로 바뀌는 길목에 있는데, 너무 힘들어 오르고 나면 코가 땅에 닿는다고 하여 코재라 부릅니다.  우리는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7km를 가뿐하게 1시간 45분만에 주파합니다.

코재부터 노고단까지는 평지이며, 가는 길 좌측 방향으로는 성삼재로 가는 백두대간길입니다.  9년전 이맘때 저는 백두대간을 시작하였습니다.  장거리 산행으로 인해 아픈 발바닥을 꿋꿋이 내딛어 성삼재를 걷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노고단에 다다라, 아직 일출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능선 너머로 붉은 기운이 조금씩 솟아오릅니다.  임걸령을 지나 작은 오르막을 건너면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만나는 삼도봉이 있습니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겹겹이 쌓인 물결무늬의 마루금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노루목을 지나 토끼봉을 너머 하산길은 나무계단 하산길인데 많은 인파로 인해 줄을 서야 했습니다.  지루한 줄서기로 인해 산행 발란스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저는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요즘 무박산행을 거의 하지 않아 새벽 졸음을 쫒기가 힘들었습니다.  삼은님은 이미 시야에서 멀어져 버렸고, 저는 그늘진 곳에서 뻗어 잠을 자고야 말았습니다.  20분쯤 단잠을 자고 부지런히 걸으니, 연하천 산장에 도착. 간단히 아침을 먹고 자리를 뜨니, 김여사님이 부지런히 걸어 오셨습니다. 간단히 사진을 찍어 드리고 저는 먼저 삼은님을 쫓아 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어스름 피는 노고단

3개 도를 잇는 삼도봉에서 삼은님

둥글레 꽃이 한창인 지리산

연하천 산장에서 김여사님

환상적인 노목과 구름의 조화

겹겹이 쌓인 마루금


멋진 광경의 화대종주 길

08:05 형제봉

08:26 벽소령

09:03 선비샘

10:25 세석산장

11:50 장터목 산장

13:15 천황봉


형제봉을 너머, 좁은 숲길로 들어서자 멀리 삼은님이 그늘에 앉아 한가로이 저를 기다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침은 드셨냐고 여쭈어 보았으나, 어제 고향 울진에서 드신 음식 때문에 배가 꺼지지 않는다며 나중에 식사를 하시겠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이 드셨길래 이 고행길에 배가 꺼지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벽소령에 다다라 더운 열기로 인해 얼굴이 후끈거려 사이다를 두 캔 사서 같이 마시고,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30분 남짓 걸어 고개를 넘으니, 선비샘에 도착 우리는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아 마신 후, 다시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고개 하나를 넘으니, 점점 철쭉의 연분홍 색과 연두 색이 유화처럼 촘촘하게 숲을 수놓습니다.  세석에 도착하니 그 절정을 더하여 철쭉이 장관입니다.  일림산과 황매산, 그리고 바래봉의 철쭉이 진분홍이라면 세석의 철쭉은 이에 비해 화려하지 않으나 은은합니다.  세석평원의 철쭉은 지리 10경 중 제 8경에 해당할 정도로 빼어나도록 아름답습니다.


형제봉

벽소령 가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태극을 닮은 사람들” 회원들. 95km 지리태극종주 중이라 합니다. 가운데 분은 73세 요새비님 대단합니다.

벽소령 길은 평탄하고 아름답습니다

칠선봉 가는 길. 멀리 천황봉과 중봉도 보이고

드디어 칠선봉, 세석산장까지는 아직도 1.9km

아찔한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면 깊은 계곡

멋진 주목 군락

철쭉이 한창인 세석산장. 진분홍이 아닌 살색 철쭉으로 화려하지 않고 은은합니다


30km 가까이 걷게 되니 세석산장부터 천왕봉까지 오르막길은 점점 고행길로 바뀝니다.  장터목에 들러 다시 사이다를 사서 마시고, 오늘의 하일라이트 천황봉으로 향합니다. 장터목 산장부터 천황봉 가는 길은 약 해발 200m의 오르막길이지만 주목, 탁 트인 시야, 멋진 암릉 등으로 인해 사방에 눈이 팔려 힘든지 모르게 됩니다.  막판 나무계단 오르막에 피치를 올려 천황봉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정상석 앞에 줄을 섭니다.  저도 이내 줄을 섰으나, 그리하면 18 30분까지 하산이 불가할 듯싶어 삼은님과 함께 아쉽지만 중봉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지옥의 하산길, 끝내 완주로 마무리

14:25 중봉

15:28 치밭목 산장

18:14 대원사


중봉에 다다라 GPS 33km를 넘어 가리키고 있으며, 저는 체력이 거의 소진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내리막만 남았다고 생각되었으나, 치밭목 대피소로 가는 길은 고개에 고개를 넘는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이윽고 치밭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자 산장지기가 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외모에서 풍기는 노련한 산꾼의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저는 산장지기에게 유평리로 하산하는 길이 험한지 여쭤봤습니다.  그는 90%는 내리막, 나머지 10%는 사면길을 위한 약간의 오르막이란 답변을 받고 위안을 받았습니다.  저는 조금만 더 고생하면 무사히 하산할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길은 계곡을 따라 급경사 내리막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곡에서 다시 사면길을 따라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하더니, 산등성이까지 사면길을 따라 너덜길을 올라서고 있었습니다.  저는 짜증을 부려가며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였고, 이윽고 새재 갈림길에 다달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정말 하산길, 열심히 스틱질을 반복하며 관광버스가 6 30분에 출발하기 전 하산하는 것을 목표로 뛰다시피 하산하였습니다.  결국 18 14분에 하산, 가까스로 버스에 탑승하였고, 목표한 바를 이루었습니다.


연하봉을 잇는 아름다운 종주길

몽환적인 주목군락지

연하봉 가는 길

드디어 장터목 산장

천황봉 정상석은 많은 인파들로 만원

드디어 도착한 중봉, 저는 거의 꼴까닥 상태


반성하는 시간

주위 많은 산꾼들이 화대종주를 어렵지 않게 했다 하여, 저도 쉽게 화대종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자만했습니다.  근 두 달간 종주를 위한 체력 준비보다는 꽃놀이 산행에 정신이 팔려 준비를 소홀히 했으며, 저에 대한 체력을 자만했던 것 같습니다.  중봉부터 시작된 무시무시한 너덜길이 힘들다며 투덜거렸는데, 사실 그 누가 화대종주길을 강요한 것도 아니며, 나 자신이 선택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극복하기 힘겨워했습니다.  지리산은 꾸밈없이 가만히 있는데 길이 왜 이 모양이냐며 투덜대던 모습이 아련하여 삼은님께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결국 목표하는 바를 이룬 화대종주, 다시는 화대종주를 하지 않겠다고 삼은님께 말씀드렸지만, 다시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1. BlogIcon 자연인 2015.06.12 22:58

    종주문의 010-3836-5215

  2. BlogIcon 산사랑 2015.06.24 15:11

    지리산 화대를 이렇게 쉽게?? 정말 체력이 대단하십니다. 사진으로 보니 지리산 멋지네요. 뱀사골만가봐서.. 이번가을엔 지리산 가봐야겠습니다. 종주는 못하더라도...

    • BlogIcon 산사랑 2015.06.24 15:16

      마지막길이 힘들었다고 하시지만... 보통 1박 2박 정도는 한다고 들어서 ..대단하십니다!! 사진을 계속 보게 되네요

    • 이상기 과장 2015.06.25 10:17

      안녕하세요. 산사랑님, 화대를 어렵게 해서 제목에 "역경"이란 말을 붙였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초보산꾼입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 동자승 2016.09.18 15:18

    화대종주를 완주 후 종주산행기를 검색하여 읽다보니.. 어디서 많이본 닉네임 별섬!!!!

    별섬형님 저 자승이 입니다..ㅋㅋ

    비록 지금은 1박 2일로 화대종주를 완료하였지만 다음엔 무박 성중. 그다음은 무박화대. 그리고 지태까지 완주해보도록 할께요.!!!

    • 이상기 2016.09.19 14:26

      동자승님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 보기좋습니다. 앞으로 좋은 산꾼이 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