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차(추쿵 - 꽁마 라 - 로부체) 14km - 7시간 10

06:00 추쿵(4,730m) 출발

10:56 꽁마 라(5,535m) 도착

13:10 로부체(4910m) 도착


드디어 7일차, 첫번째 고개를 넘는 날입니다.  꽁마 고개(꽁마라, Kongma La, 5535m)는 가장 넘기 힘들기로 악명이 높은 초 라(Cho La) 다음으로 힘든 코스라고 합니다.  물론 봄과 겨울에 비하면 쌓은 눈이 덜하여 난이도가 훨씬 낮아진다고는 하지만, 5,300m가 넘는 험난한 고개는 긴장하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어제 3 Passes에 도전한 호주 트레커는 고산병으로 가이드와 함께 하산하였고, 오늘 새벽에도 어김없이 헬기가 떠서 고산병에 걸린 한 트래커를 태워 루클라로 향했던 터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어제 추쿵리(Chukhung Ri, 5550m)에 무사히 등정 후 하산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길을 떠납니다.  다른 산행 후기를 보면 보통 9시간에서 15시간까지 걸린다고 하던데, 가이드 템바는 우리의 실력으로는 9시간이면 충분히 로부체까지 갈 수 있다고 하니, 일단 그의 말을 믿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보다 한참 늦었던, 니디스와 기안은 짐을 메고도 저보다 훨씬 먼저 내달립니다.  그들은 등산화, 아이젠도 없이 운동화만을 신고도 쉽게 너덜길을 옮겨 다닙니다.  빙판길에도 그들은 아이젠 없이 쉽게 중심을 잡습니다.


어스름 피어나는 추쿵


산 어귀에 먼저 도착을 해 휴식하고 있는 11살의 포터 기안


처음 완만한 오르막이 점점 더 심해지더니 30도가 넘는 오르막에 숨이 턱턱 막힙니다.  저는 50번 걷고 한번 쉬기로 마음을 먹고 천천히 50을 셉니다.  온 체중을 스틱에 맡기고 병든 소처럼 걷습니다.  햇빛은 따가워 얼굴이 타는 듯 합니다.  목에 메달은 3.5kg 카메라는 너무나 무거워 결국 가이드 템바가 들고 올라갑니다.  송주님과 삼은님은 벌써 시야에서 사라지고, 저는 평평한 돌 위에 철썩 주저않아, 되돌아 온 길을 바라봅니다.  해발 4900미터가 넘으니, 아일랜드 피크 너머로 마칼루(8,463m)가 보입니다. 아래로는 티끌 한 점 없는 옥색 호수들이 태양아래 반짝입니다.  눈도 눈이 부시고, 호수도 눈이 부십니다.  세계의 지붕을 걷는 길은 꼭 천국으로 가는 길마냥 아름답습니다.  해발 5,000m가 넘어가니 더욱 꽁마라(Kongma La, 5535m)로 가는 길은 더욱 가파른 길로 접어듭니다.  

경남은행 차세대 프로젝트가 막판으로 치달을 때 고비가 많았던 것 같이, 꽁마라는 그 고개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이윽고 멀리 타르초(불교 경전을 적어 놓은 형형색색의 깃발)가 보이고, 고개 위에 사람들이 서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더욱 힘을 내어, 가파른 고개를 올라갑니다.  고개 위의 사람들이 더욱 선명해지고 드디어 첫번째 고개에 다달았습니다. 멀리 눕체(7,855m)와 로체(8,518m), 로체사르(로체 남봉, 8,400m)가 보이고, 아일랜드 피크 오른쪽으로 마칼루가 보입니다.  세계의 지붕은 장엄하고 영험합니다.  일본인 세 명이 3passes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그들은 반대편에서 올라와 마지막 세번째 고개 등정에 성공하면서 행복해 합니다.  우리도 첫 관문을 통과한 기념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멀고 먼 여정, 꽁마라를 겨우 통과한 것은 프로젝트의 분석단계 베이스라인을 찍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꽁마라 입구의 아름다운 호수


꽁마라 정상


꽁마라 정상 인증샷


꽁마라 건너편으로 로부체(4,910M) 마을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내려갈 듯싶습니다. 그러나,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면 쿰부 빙하지역(Khumbu Gracier)을 맞는데, 꽁마라(Kongma La)에서 내려다 보기에는 평야지대처럼 보이지만, 200미터 이상 오르내림을 반복한 너덜길입니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빙하지대의 오르내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1시간이 넘도록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나니 드디어 로부체에 도착, 시계를 보니 약 7시간 10분만에 트레킹을 완료합니다. 7개의 과제 중 2개의 과제가 그렇게 끝이 납니다.


되돌아 본 푸모리와 로체

 

8일차(로부체 - EBC - 고락셉) 약 11.7km - 7시간 10

07:50 로부체(4910m) 출발

09:10 로부체 고개 입구(5,110m) 도착

11:05 고락셉(5,140m) 도착 및 식사

14:28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 도착

15:33 고락셉(5,140m) 도착


안나푸르나와 마나슬루의 경우 베이스캠프를 가는 날이 가장 난이도가 높은 날이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7개의 과제 중 가장 쉬운 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부체에서 우측 쿰부 빙하지역을 끼고 언덕의 사면 길을 걷습니다.  어제의 공포스러운 꽁마 고개(꽁마라, Kongma La, 5535m)에 비하면 소풍길과 같습니다. 로부체 고개 즈음에 도달하면 산악인 남원우, 안진섭씨의 메모리얼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대 더 높은 눈으로,

더 높은 산을

산 위에서 바라보기 위해 함께 왔던 악우 남원우, 안진섭

여기 히말라야의 하늘에 맑은 영혼으로 남다.”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언젠가 천황봉에서 운해 위에서 일출을 본 적이 있는데, 태양과 같이 이글거리며 타는 느낌을 가슴 언저리에서 받은 적이 있습니다.  히말라야 고개에서 내려다 보이는 광경은 가슴을 더욱 벅차 오르게 합니다. 하물며, 에베레스트 8,848m의 허락을 받고 발을 딛고 오른 사람의 감정은 어떠할까요?  목숨을 바칠 위험을 감수하며 오를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잠기며 잠시 메모리얼을 바라보았습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여정 왼쪽 산은 푸모리(7,165m)


푸모리를 배경으로


메모리얼


Hey Sang”

Hi Paul, Hi Chabot”

고락셉 롯지에 짐을 두고카메라를 챙긴 후 베이스 캠프로 향했습니다베이스 캠프 도착을 앞두고 루클라로 향하던 비행기에서부터 함께 했던일행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들은 꽁마 라를 거치지 않고추쿵에서 투클라 고개를 넘어 EBC로 오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건강해 보였으며처음보다는 단지 검게 그을렸을 뿐입니다.


다시 만난 폴과 나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니, 많은 인파로 붐볐습니다.  영국에서 온 단체 트래커들이 잠시 베이스캠프를 점령하여 사진을 찍고 나서 우리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에베레스트에 온 대부분의 트래커들은 우리와는 달리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5364m)를 목표로 합니다.  베이스캠프에 온 사람들은 그 목표 달성에 환호를 지릅니다.

사진을 찍고 한 시간 남짓 EBC로 왔던 길을 되돌아 고락셉으로 향했고, 우린 장시간의 트래킹으로 인해 지친 몸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로체를 배경으로 삼은님


베이스캠프에서 다시 만난 샤보와 폴의 그룹


9일차(고락셉 - 칼라파타르 - 고락셉 - 종라) 약 14.3km

05:10 고락셉(5,140m) 출발

07:30 칼라파타르(5,545m, 고도계는 5,640m) 도착

08:25 고락셉(5,140m) 도착 후 아침 식사

11:40 종라(4,830m) 도착


어제 밤에 너무 지친 나머지 고산병 약도 먹지 않고, 이도 닦지 않고 잠에 골아 떨어졌습니다.  화장실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만큼 더럽고, 수돗가는 얼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니 컨디션은 엉망이었고, 바깥은 추워 얼어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다운자켓, 스틱, 카메라, 헤드랜턴을 챙겨 칼라파타르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100미터도 못가고 길가에서 구토를 했습니다.  머리가 아찔하고 속이 뒤집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카메라를 템바에게 맡기고 고락셉으로 돌아가겠노라고 얘기했습니다.  템바는 저를 지켜 주다가 이윽고 먼저 올라간 송주님과 삼은님을 향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저는 길목에서 주저 않아 남은 모든 것들을 토해냈습니다. 

내일 10일차에는 가장 넘기 힘들다는 무시무시한 초라(Cho La, 5,370m)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내일 초라를 넘지 못하면 우리의 트래킹은 엉망이 될 것입니다.  나는 오늘 칼라파타르에 꼭 올라서 내일 초라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불끈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칼라파타르를 향했습니다.

고도로 따지면 고락셉에서 칼라파타르까지는 400미터 남짓이면 올라갈 수 있으나, 칼라파타르는 쉽게 정상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30걸음 걷고 쉬고 다시 조금 더 힘을 내어 50걸음을 걷고 쉬기를 반복 동이 트고 드디어 칼라파타르 정상이 보였습니다.  송주님과 삼은님, 그리고 가이드 템바가 정상 30미터를 남기고 나란히 서서 제가 올라 오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울컥 눈물이 솟았습니다.  산우들이 저를 믿고 기다려 준 고마움과, 역경을 딛고 드디어 칼라파타르 정상에 도착했다는 희열이 복잡한 감정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H2O로 액화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정상은 다르초와 하다(네팔에서 귀중한 손님에게 걸어주는 천)가 얽혀, 이국적이다 못해 천국 같습니다.  그 정상을 허락한 저의 건강과, 날씨, 그리고 함께한 산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새벽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가운데 봉우리는 에베레스트, 우측은 로체


비슷한 위치에서 송주님


멀리 가운데 마칼루도 보이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는 에베레스트 봉우리를 볼 수 없으나, 갈라파타르 정상에서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고, 눕체와 로체도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푸모리는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데, 아마다 블람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미봉입니다. 탁 트인 전경으로 세계의 지붕을 감상하는 기분은 꼭 선경(仙境)이라 느낄만큼 꿈속 같으며, 모든 시름이 없어지고 저도 해탈하는 듯 합니다.  멀리 쿰부 호수 아래로 떨어져도 끝이 아닌 듯, 저는 어느새 불교의 윤회를 믿는 것 같습니다.

갈라파타르의 정기를 받았는지 컨디션은 다시 좋아져, 고락셉으로 되돌아 가는 하산길은 가볍기만 합니다.  우리는 다시 고락셉에 도착하여 따뜻한 마늘수프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고락셉 롯지에서 만난 샤보는 고산병이 심해, 여기서 여행을 마무리 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짐을 챙기고 종라(Dzongla, 4830m)로 가는 길로 향했습니다.  고락셉은 생물은 없고 바위와 빙하지대로 이루어졌지만 종라로 내려가는 길은 곳곳에 작은 관목과 풀이 어울어져 있고, 내려가는 길 좌측(동쪽 방향)으로는 빙하지대와 메라피크(Mehra Peak, Kongma Tse, 5820m)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래쪽에 투클라 패스(Thukla Pass, 4830m)가 멋진 자태로 서있습니다.

우리는 아울피크(Awl Peak, 5245m)를 끼고 우측으로 돌아 1시간 정도 걸어 종라 마을에 도착하여 오늘 하루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오늘까지 2개의 봉우리, 1개의 고개, 그리고 하나의 베이스캠프의 과제를 완료하였습니다.


종라로 가는 한적한 오솔길


되돌아 본 푸모리와 로체


아름다운 호수와 촐라체(Cholatse, 6335m), 그 오른쪽은 아라캄체(Arakam Tse, 6423m)


다시 보이는 아마다 블람






 

  1. Favicon of https://yklawoffice.tistory.com BlogIcon yk법률사무소 2015.06.09 11:53 신고

    정말 대단하세요!
    풍경 역시 청량해보입니다.
    멋진 사진, 멋진 용기! 잘 보고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