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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 회사에서 고무적인 것은 Work & Balance의 실천적 분위기이다.  꼭 필요할 경우를 제외하고 야근은 지양하며, 가정의 날을 실천하고, Sandwich Day에 큰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5월 첫째 주도 하루 휴가로 5일간의 Refresh를 즐길 수 있어 휴일 동안 산행계획을 빽빽하게 세워놓을 수 있었다.

5 3() 11 30분 산오름(SK C&C 산악동호회) 번개산행 공지를 통해 정자동 본사에서 만나 전라남도 보성을 향해 고속도로를 달린다. 어둠과 더불어 약간씩 뿌려대는 빗줄기를 가로질러 달려간다.  내가 아닌 자동차의 힘을 빌어 달리지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숨가쁘다.  오늘은 약 3년만에 숲속에서 비박(Bivouac)을 하는 날,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가지마다 피어오른 봄의 촉수를 오감으로 맞이하며, 잠시 산 아래 생각은 비워두리라. 조금이라도 자연을 닮아가며, 비우고 채우는 작업을 부단히 하려고 한다.

 

1 - 초암산 철쭉 산행

오전 4 30분 드디어 수남 주차장에 도착, 차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초암산으로 향했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바닥이 질척거렸다.  그러나, 산행 경사가 완만하여 70대 할머니도 오를 만큼 쉬운 숲길이라 별로 호흡을 가다듬지 않아도 즐기면서 산행이 가능했다.  해발 300고지가 넘어서자 짙은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20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대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아침이 되면 안개가 걷힐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한 시간 반쯤 완만한 오르막 길을 오르니, 드디어 철쭉 터널이다. 그러나 안개에 가려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다.  삼각대와 카메라를 가져온 사진 작가 무리는 어제도 안개 때문에 허탕을 쳤노라고 투덜대는 통에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  우린 밤골쪽으로 걸으며 안개가 걷히길 기다렸다.  TV프로의 렛미인에서 새롭게 변신하는 베일에 가려진 여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우리는 간식을 먹으며 무작정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아침 8시가 넘어서자 드디어 안개가 거치고 시야가 넓어졌다.   우린 다시 가쁜 호흡을 몰아 쉬며 밤골에서 정상을 향해 내달렸다.

안개 속의 초암산

마침내 정상. 눈을 통해 투영되는 것은 모두 분홍빛. 인위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순도 깊은 자연이다. 걸음마다 나를 열고 분홍을 담는다.  아름다움을 감탄하는 그 누구의 마음도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철쭉과 어우러진 멋진 바위를 따라 철쭉봉을 향했다.  철쭉봉에서 광대코재를 지나 후남이재에서 수남주차장으로 회귀하려 하였으나, 다시금 철쭉을 보고싶은 마음에 광대코재에서 다시 철쭉봉, 초암산 정상을 지나 수남주차장으로 하산길을 택했다.

초암산 정상 부근에서 단체샷


초암산 정상 부근에서 단체샷 한번 더


꽃보다 행현(SK C&C B2B사업팀 이행현 과장)


초암산 정상


2 - 대한다원 녹차밭길 트레킹

하산을 하니 정확히 11 8, 오후 늦게나 비박길에 오를 예정이라 시간이 너무도 많이 남았다.  우리는 녹차밭과 편백나무길을 보기 위해 대한다원으로 향했다.  입장료는 무려 4천원. 그런데도 사람들은 만원이다.  공원이라기보다는 E마트같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는 무려 20분의 시간을 기다려 녹차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어본 후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50미터의 중앙계단을 지나니 전망대가 나타났다.  초록빛 녹차나무가 같은 높이로 자라고, 나무끼리 어깨를 맞대고 자라난 파도 모양의 선은 직선과 곡선의 조화로운 힘이다.  우리는 전망대를 벗어나 다시 계단을 오르고 향나무 숲을 지나 바다 전망대를 향했다. 이윽고 가쁜 호흡을 내쉬며 400고지의 바다전망대에 도착했다.  바다는 햇빛을 반사하며 은빛 부표를 뿌려대고 있었다.  우리는 함성을 지르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는 바람을 일렁이게 하고, 일렁이는 바람은 산으로 밀려와 나무를 숨쉬게 하고, 그리하여 봄이 따뜻한 입김을 감싸고 춤추듯 일어난다. 

대한 다원 입구 녹차밭에서


같은 높이로 다듬어진 물결무늬 녹차밭


편백나무 숲에서(SK C&C 동반성장팀 김태용 과장)

바다 전망대를 지나, 편백나무 숲길을 지난다.  폐 깊숙히 심호흡을 하며 숲을 읽는다.  편백나무 숲길을 지나, 계곡길을 따라 내려오니 어느덧 주차장.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3 - 국내 최대 철쭉 군락지 일림, 사자, 제암산 비박

하산 후 일림산 용추폭포 입구로 넘어와, 간단히 산채비빔밥을 쓱쓱 비벼먹고, 비박장비를 챙긴 후 일림산으로 향한다.  3km 정도 정상을 향하다 전망 좋은 데크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다.  110리터가 되는 배낭을 메고 걷는 나를 볼 때마다 등산객들은 수고가 많다며 안쓰러움을 표현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고행의 길이 아니며, 행복한 등짐이다.  1시간 반을 오르니, 보성강 발원지에 도착하였다. 인터넷 후기로 보성강 발원지에서 식수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으나 발원지는 이미 훼손되어 가져온 식수에 만족해야 했다.  보성강 발원지에서 10분정도 더 오르니, 드디어 온 산이 철쭉이다.  꽃은 홀로 필 때도 아름답지만, 여럿이 조화롭게 필 때 더욱 아름답다.  이는 산 아래 사바세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터,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울릴 때 비로소 우리가 아름다운 것이다.  적당한 데크에 자리를 잡고 텐트와 비비쌕을 설치하고 저녁 놀을 바라보며 저녁식사와 소주, 와인, 맥주를 섞어 마시고 얼큰히 취한 채 일찍 잠을 청했다.

일림산 박지(잠을 청하는 곳)를 향해

박지에서 바라본 노을(두개의 텐트와 하나의 비비쌕)

술이 깨고 나니 통 잠을 잘 수 없었다.  해풍이 세차게 몰아쳐 비비쌕 안으로 한기가 밀려왔다.  비비쌕 지퍼를 열고 하늘을 바라봤다.  보름달에 얼굴이 비춰 눈이 부셨다.  은하수는 서편으로 몰려가고 해풍의 짭조름한 내음에 이끌려 비비쌕 밖으로 나왔다.  제법 쌀쌀하긴 했으나, 상쾌한 기분에 가슴이 탁 트였다.  멀리서 여명이 밝아오고, 지평선 너머로 붉은 기운을 토해내던 해가 그 얼굴을 들이밀며 늘 붉은 기운으로 살라고 나에게 충고하고 있다.

일림산 바다 일출

다시 길을 떠난다. 일림산 정상에 도착하니, 온통 철쭉 속에 있으며, 남쪽으로는 망망대해가 보인다.  여기가 피안이 아닌가 싶다.  이런 곳에서는 절대 땅만 바라보며 걸을 수 없고 절로 고개가 들린다.  골치산을 지나 다시 철쭉 능선에 들어서고 200미터 가량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 비로소 사자산에 다다른다.  북으로는 멀리 제암 철쭉평원까지 온통 붉은 빛이며 남쪽으론 하늘과 바다가 닿는 지평선까지 푸르다.  간단히 사진을 찍고 다시 제암산으로 향했다.  초암산과 일림산은 온통 철쭉꽃만이 존재한다면, 이에 비해 제암 철쭉평원은 소나무와 철쭉의 어우러짐이 장관이다.  우리는 아쉽지만 제암산을 들러 제암산 휴양림으로 하산을 한다.  산행의 매조지는 하산이란 진리. 아쉽지만 연휴의 마지막 산행은 그렇게 무탈하게 끝을 맺는다.

일림산 철쪽 풍경

비박장비를 멘 이행현 과장

일림산 정상에서 단체샷

소나무가 어우러진 제암 철쭉평원

제암산에서 암릉과 철쭉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