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존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시간, 공간, 인간 등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다른 것 사이가 본질이라는 겁니다

- 신영복의 담론’ P198 –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한 심사위원이 말한다.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그 말을 들은 순간, 청중을 온전히 나의 흐름대로 이끌어 간 것을 확실할 수 있었다. 사실 프레젠테이션 도중 질의응답이 들어오면 우리가 짜놓은 플로우가 흔들리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3년 동안 PT를 하며 중간에 질문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뿐이다. 아무리 질문이 많다던 회장님도 나의 프레젠테이션에는 끝까지 듣고 질의응답 시간에 해주셨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던 시절을 회상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발표왕이었던 나는 질문도 참 많은 학생이었다.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말을 잠시 놓고 무언가 틈이 나는 타이밍에 손을 들어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략적으로 청중에게 그 타이밍을 주지 않고 내용에 몰입하여 발표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일단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제한이 있고 그 안에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내 플로우대로 청중과 밀당하기 위해서다. 청중과 나 사이의 공간을 촘촘하게 채우고 이를 통해 그 쫀쫀한 흐름을 마음껏 조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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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 그 본질이다.

 

신영복 교수님의 <담론>을 읽으며 무릎을 탁! 친다. 모든 존재는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것들과의 사이가 본질이라니!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현장에서 내가 느낀 것, 가슴속으로 희미하게 어떤 공기를 느꼈는데 이게 바로 사이존재’ 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은 사이를 잘 채워야한다. 청중과 나와의 사이, 나와 장표와의 사이, 장표와 장표의 사이. 이렇게 조금씩 벌어져 있는 간극을 느낄 수 없도록 자연스럽게 채우는 것이 발표자의 역할이다. ‘사이존재를 쫀쫀하게 만들어 청중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은 절대 발표자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청중이 30여명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인 경우, 그 많은 청중들 사이로 모두가 똑 같은 감동을 느끼게 하는 공기가 있다. 신기하게도 모든 청중들이 하나의 감정으로 모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공기를 장악해야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기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사이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사이존재를 채우기 위해 브릿지 코멘트를 넣어야 한다. 현재 프레젠테이션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이정표를 주고, 청중에게 공감하는 멘트를 넣어 뒷 페이지에 이어지는 솔루션에 대해 신뢰를 줄 수도 있다. 혹은 뒤에 나오는 내용을 예고처럼 아주 짧게 설명하며 장표를 넘기는 것도 발표자만의 흐름을 갖는 방법이다.

프레젠테이션은 소통의 한 방식이다. 목소리, 성량, 발음이 완벽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진정으로 청중과 나 사이의 사이를 채웠는가, ‘사이존재를 얼마나 잘 이해했는가가 성공의 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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