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한민국 서울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 자리를 잡았다. 높이가 무려 555m, 층수는 123. 완성이 되기 전부터 서울 외곽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롯데월드 타워는 서울을 대표 하는 새로운 랜드마크 건축물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림1 좌 :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남산타워와 롯데월드 타워, 우 : 외관이 완성된 롯데월드 타워 출처 : 직접 촬영

랜드마크 건축물의 사전적 의미로는 멀리서 보고 위치 파악에 도움이 되는, 두드러지게 눈에 띄기 쉬운 대형 건물을 말하며, 보통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우수한 경관의 건축물을 의미한다주변의 건물보다 훨씬 높은 초고층 빌딩이나 특별한 형태의 대형 복합 문화 시설,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건축물 등이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곤 한다. 

랜드마크로서 우리나라의 초고층 빌딩의 역사는 눈부신 경제 성장의 모습보다는 다소 초라 했다. 1985년에 완공된 63빌딩이 그나마 기억에 가장 남는 초고층 빌딩이었고, 1988년 에 완공된 코엑스의 무역센터 정도가 그 뒤를 잇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타워팰리스가 완공 되어 서울의 가장 높은 건물 타이틀을 내어 주었는데 타워팰리스는 사실 주거용 건축물이고, 초고층 빌딩이라기 보다는 강남 부의 상징으로 더 잘 알려 있었다


그림 좌 : 63빌딩(http://mapio.net/pic/p-85849047) / 우 : 타워팰리스 (https://namu.wiki/w/타워팰리스)

그 뒤로 2010년이 넘어서까지 타워팰리스는 1위 자리를 내어 주지 않고 있다가 부산 센텀 시티, 송도 국제도시 등 해양 신도시에게 초고층의 이미지를 내어 주었고, 롯데월드 타워로 서울이 다시 한국을 대표하는 마천루를 갖게 되었다. 

마천루라고 불리기도 하는 초고층 건축물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지는 이미지가 남다르다. 40년간 세계 최고층 건축물이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중심으로 뉴욕은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 미국의 상징이 되었고, 런던의 카나리 워프와 홍콩 섬의 초고층 건물들은 국제 경제의 허브의 역할을 겉으로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그림 3 홍콩섬 야경 출처: 직접촬영

두바이와 상해 같은 신흥 경제 강자들도 앞 다투어 초고층 빌딩 건설에 열을 내고 세계 자본을 빨아 들이기도 했다 

초고층 빌딩들은 거대하고 화려한 그 겉모습 만큼 그 안에 당대 최고의 기술들이 집약된다.  엄청난 높이로 인한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땅으로는 더 깊숙히 단단히 기초를 다지게 되고, 강한 바람과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풍, 내진 설계와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친환경 건축 기술 등이 담겨 있다.

많은 사람들이 초고층 건축물의 안전에 대해 걱정을 하는데 사실 이러한 걱정들로 인해 설계, 시공, 운영 단계에서 많은 준비가 이뤄지고 있어 초고층 건축물에서 화재 등 안전 사고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림 4 좌 : 다이아그리드 공법, 우 : 2개층이 동시에 움직이는 더블 데크 엘리베이터 출처 :건설경제신문 네이버 포스트

그러나 이런 초고층 건축물이 사람들에게 언제나 긍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진 않고 있다.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으로써, 도시의 경관이나 도시를 이용하기 위한 인프라들은 엄연한 공공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고층 건축물이 도시에 들어서게 되면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높은 밀도로 인해 교통, 에너지, ,하수도 등 도시인프라 확충과 운영이 집중되어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고, 외관 상으로도 기존에 유지되어 오던 그 도시만의 경관을 급격히 변화시키거나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2007년 서울 도심 내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안 중에 220층이라는 초고층 빌딩 계획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종묘 주변 개발이 종묘의 세계적 가치와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경우 종묘를 목록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경고를 했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었을 것이다. (현재 4대문 내 고도제한90m)

그림 5 고도제한에 맞춘 종묘 앞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안 출처 : 무영건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중의 하나인 파리는 도심 내 모든 건축물의 높이를 37m이하로 제한해 왔고(2010년 중심부 외 180m) 이로 인해 어디서나 에펠탑을 볼 수 있어 현재까지도 과거의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 정책으로 수평 개발의 한계에 봉착하여 극심한 주택난을 야기하기도 하고 새로운 공간의 창출이 어려워 경제성장을 저하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파리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고도제한을 풀어 주는 경우 우후죽순으로 부조화 스러운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설 것이라는 걱정과 초고층 건물의 도입이 오히려 주변 녹지 공간 등을 확충하고 도시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6 고도 제한에 의한 파리 시내 경관 출처 : 직접촬영

초고층 건축물 외에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같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수려한 경관의 건축물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랜드마크 건축물 중 하나이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는 아마도 전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 라는 의견에 고개를 저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호주와 시드니의 맑고 푸른 바다와 따뜻한 햇살을 그 어떤 무엇 보다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7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전경 출처 : 직접촬영

유난히 오페라를 사랑했던 호주 국민, 시드니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이름 붙여진 이 오페라 하우스는 지금껏 호주와 시드니를 대표하며 엄청난 관광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그 건설 과정에는 오히려 정권도 교체할만한 국민들의 엄청난 반대가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1950년대 중반 국제 설계 공모로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잘라놓은 오렌지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 안을 제출한 당시 덴마크의 무명 건축가 요른 웃존의 맨손 스케치가 당선안으로 채택 되었다. 사실 이 계획안은 첫날 본선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던 작품이었으나 심사에 하루 늦게 도착한 거장 에로 사리넨이라는 건축가가 추가로 본선에 추천해 최종 승자가 되었다.

그림 8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높은 기단과 여러겹의 지붕 구조 출처 :직접 촬영

이러한 창의적인 계획안은 실제 구현 과정에서 엄청난 난관에 봉착 한다. 1단계로 바닷가에 기단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전체 공사비로 책정되었던 비용을 전부 소진해 버렸다. 선정된 부지가 거대한 건축물을 지탱하기 위한 기초를 만들기 어려웠던 탓이다.

2단계로는 기하학적으로 형태가 모호한 비정형의 Shell모양의 지붕을 어떻게 만들고 그 하중을 지탱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건축가의 예상보다도 어려운 구조적 문제에 봉착하여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통해 4년간 구조설계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해답을 찾았으나 그 과정에서 건설비용이 10배 가까이 뛰고 공사 기간도 초기 4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나버리게 되었다.

그림 9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내부 및 유리 출처 : 직접 촬영

이런 과정 속에 많은 사람들은 이 건물의 건축 자체를 반대하기 시작했고 결국 3단계 유리, 인테리어 및 외부마감 과정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게 되는데 마침 건축가의 정치적 후원자였던 주 정부의 카힐 수상이 일찍 숨을 거두며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요른 웃존은 해고를 당하고 만다. [참고 - 실제로 이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2003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는 해고 이후 호주를 떠나 죽을때(2008)까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살아 생전 이 건축물을 직접 보지 못하고 눈을 감게 되었다.]

그림10 오페라 하우스 야경 출처 직접 촬영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1973년에 그 아름다운 자태를 공개하게 되는데 아마도 지금껏 이 오페라 하우스를 짓게 된 결정을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매년 4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보기 위해 호주를 찾고 있고,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새해를 맞이 하는 날에는 전세계에 이 곳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방송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고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랜드마크 건축물들은 여러사람의 이목이 집중되고 다양한 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대한 건축물이 완성 되기까지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처음의 결정을 마무리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가 현재 당면한 문제들에서도 충분히 고민해 봄 직한 교훈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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