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도로가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거대한 기찻길로 나뉘어 있던 서울역의 동과 서를 공중으로 이어 다양한 이들의 편리함을 도왔던 고마운 옛 길을 없애지 않고 보존하는 계획이다.


그림 1 산업화의 주역 서울역 고가도로 출처 http://www.ss7017.org/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만들어진 자동차 다리에 나무를 심고 산책할 수 있는 기다란 수목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림 2 네덜란드 건축가 Winy Maas의 당선안 출처: http://www.ss7017.org/


우리는 그동안 낡은 집을 부수고 깔끔한 새 집을 짓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새로 지은 집은 많은 사람에게 보다 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곤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추억 혹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은 헐어버린 집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이런 대부분의 경우와는 달리 쓸모가 다한 옛 건축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많은 사람들이 옛 추억을 간직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된 건축물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 사례는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이다. 1900년에 완공된 현재 오르세미술관은 원래는 기차역이었다. 지금의 EXPO같은 당시 만국박람회를 위해서 파리시는 주변의 고풍스러운 파리의 도시 경관을 해지지 않으면서도 프랑스의 과학기술을 과시하기 위해서 철과 유리로 구성된 최신식 현대 건축물 오르세 역과 호텔을 지었다.


그림 3 오르세 미술관의 과거와 현재 출처 : 오르세 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musee-orsay.fr


그러던 오르세 역도 1939년 철도의 전기화와 플랫폼 규격의 변경 등으로 화려했던 역사를 마감하게 되었다. 그 후 마땅한 활용처를 찾지 못하고 산업화의 퇴물 정도로 인식되던 이 곳은 옛 기차역의 골격을 유지한 채 10여년의 개조를 통해 1986년 미술관으로 재 탄생하게 된다.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마네, 르누아르, 밀레, 고흐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걸작이 전시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미술관이 되었다.


그림 4 기차역으로 사용될 당시의 커다란 시계를 배경으로 한 미술관 내 카페 출처 : 직접촬영


기차가 정차하기 위해 만들어 졌던 천정이 높고 기둥이 없는 대공간은 다양한 걸작들의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많은 사람들이 감상하기에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다음은 자이언티의 히트곡양화대교에 걸쳐 있는 선유도 공원 이야기 이다. 선유도는 1965년 양화대교가 개통되고 1968년에 한강 개발을 통해 섬이 되었고 1978년에 한강 정수장이 신설되어 2000년까지 사용 되었다. 서울시는 정수장이 폐쇄된 뒤 이 곳을 물을 주제로 한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다. 이 결정에 건축가 조성룡은 정수장으로 사용되던 구조물을 최대한 살리고 물이 정수되던 곳의 특성을 살려 수질정화원, 수생식물원 등을 계획하였다.


그림 5 선유도 공원 내 녹색 기둥의 정원, 정수지의 기둥과 연결 부위를 남겨 흔적을 살린 공원 출처 : 직접촬영


이 공원의 옛 구조물들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기도 하고 기다란 벤치가 되기도 하며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했다. 물이 정화되던 구조물의 모습과 아기자기하게 놓여진 수생식물들로 인해 시민들은 한강을 더욱 깨끗하게 하기 위해 애쓰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고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시민들은 한강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아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림 6 정수지라는 특성을 살려 물을 테마로 한 다양한 공간 조성 출처 : 직접촬영


이렇게 선유도 공원은 고수부지라고 불리던 어두운 공간을 시민들의 휴식을 책임지는 한강시민공원으로 태어나게 했던 장본인이 되었다


그림 7 선유도 공원의 휴식공간 출처 : 직접촬영


중국 베이징에는 789 예술구 라는 지역이 있다. 789일까? 이 번호는 어떤 뜻이 있는 걸까?

이 곳은 원래 중국의 무기 공장이 모여 있던 곳이다. 중국 정부는 국가의 주요시설인 중공업 공장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공장 이름대신 751, 797, 798 같은 의미없는 숫자를 공장에 부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냉전 이후 무기 산업이 활력을 잃고 1990년대 이후 해당 지역의 공장들이 일거리를 잃고 버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7년 중앙미술학원 조소과 교수가 이 공간을 비교적 저렴하게 활용하기 위해 이곳에 임대로 들어왔고 해외에서도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작업실 및 전시공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뉴욕 소호(SOHO) 지역의 버려진 공장지대에 예술가들이 모여든 것 처럼 말이다.


그림 8 789예술구 내 전시장, 이곳 천정을 자세히 보면 공장을 표시하던 기호가 생각날 것이다. 출처 : 직접 촬영


이에 더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정부는 중국의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789예술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시간과 공간’, ‘역사와 현실’, 공업과 예술이 결합된 현대 예술과 문화의 아이콘으로 재탄생 시켰다


그림 9 다양한 현대 미술을 볼 수 있는 789예술구 내 작업실 겸 전시장 출처 직접 촬영


현재 789예술구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200만 명을 웃돌며, 2012년을 기준으로 벨기에 울렌스 현대미술센터(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미국 페이스 갤러리(Pace Wildenstein) 등 약 400여 개 해외문화예술 단체들이 입주해 있다고 한다.


그림 10 다양한 예술 문화 공간으로 재 탄생한 폐 공장 지역 출처 : 직접촬영


공간을 제공한다고 해서 새롭고 창의적인 것들이 저절로 탄생할 순 없다. 하지만 우리들의 좋은 기억 혹은 나쁜 기억의 배경에는 항상 어떤 장소가 함께 기억되기 마련이며 이런 공간과 환경은 사람들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옛 건축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려는 이러한 변화와 노력들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최근 IT의 급속한 발달로 새로운 기술들이 저마다 자기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추억을 잊게 하지 않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보다 더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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