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강에서 열린멍 때리기 대회의 본선 진출 경쟁률은 무려 31:1이었다.

이 황당한 대회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무얼까?

‘멍때리기 대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생각의 휴식이란 화두를 던진

아티스트 '웁쓰양'을 만나 휴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멍 때리기 대회는 어떤 대회인가요?

도심. 멍 때리기. 퍼포먼스.

월요일 한낮.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한복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멍을 때리고 있는 집단이 등장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상만 해도 발칙하지 않나요? ‘멍 때리기 대회는 하나의 퍼포먼스기획이었어요. 정신없이 바쁜 도시의 사람들 바로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만드는 시각적 대비가 바로 제가 생각한 퍼포먼스의 장면이었죠. 대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멍 때리기 대회의 선수인 동시에 제 작품의 퍼포머이기도 했어요. 참가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차림으로 참가하는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도시의 축소판을 표현하죠.

‘멍 때리기 대회는 엄연한 대회이기 때문에 룰과 기준이 존재합니다. 시민투표를 통해 상식적 수준 안에서 멍 때리는 모습을 보여준 10명의 참가자를 선정, 그중 가장 안정적인 심박수를 보인 참가자가 우승하죠. 물론 여기에는 방해공작이 있어요. 캐스터들이 실시간으로 대회를 중계하면서 참가자들의 웃음을 유도하고, 매력적인 남녀 헬퍼가 등장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교란합니다. 캐스터의 코믹한 멘트에 웃음이 터지거나, 헬퍼의 등장에 반응해 심박수가 높아지면 실격이에요. 철저히 우승자를 가리기보다는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의미가 큰 대회입니다.

 

Q. ‘멍 때리기 대회’, 대회의 의미와 퍼포먼스의 의미는 각각 무엇인가요?

쉬어도. 괜찮아. 

2008년에 회화작가로 데뷔해 활동하다가 어느 날 회화에 대한 회의가 찾아왔어요. 동시에번아웃 증후군’, 일명소진 증후군에 빠지게 되었죠. 일단 작업을 미뤄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나 혼자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 그 속에서 심한 무기력증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던 중 이런 상황을 나 혼자만 겪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멍 때리기 대회를 떠올리게 됐죠. 혼자만 멈춰 있으면 불안하니까, 그럼 우리 다 같이 모여서 멍 때리면 위안이 되지 않을까?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다 같이 쉴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자는 거였죠. ‘멍 때리기 대회를 통해 불안감이나 쫓기는 감정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쉬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고요.

퍼포먼스로서 의미를 부여하자면, 회화에 대한 회의와 제도권 예술에 답답함을 많이 느끼던 시절 놀이처럼 시작한 것이 퍼포먼스였어요. 3G 아이폰으로 만든 영상을 한밤중에 삼청동이나 인사동의 갤러리 벽면에 쏘고 다녔던 퍼포먼스한밤의 갤러리는 무명작가가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안 시켜주면 내가 한다는 오기 같은 것의 표현이었죠. 대중을 작업에 끌어들인 첫 작품폐허의 콜렉숀은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에서 여름날 물감 폭탄을 던지며 난장으로 놀면서 재개발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고자 한 퍼포먼스였어요. 제도권을 벗어나니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더라고요. ‘멍때리기 대회역시 비슷한 맥락이에요. 사람들은멍 때리는 것’,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을 쓸모없는 시간 낭비라고 여겨요. 그래서 대회라는 형식을 빌려, 규칙을 만들고 우승자를 가리기로 했어요. 사실 대회의 형식은멍 때리기의 의미와는 모순된 개념이에요. 의도적 모순이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회를 통해 경쟁하고, 경쟁의 결과를 만들어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그렇게 쓸모없나요? 그렇다면, 점수를 부여하고 등수를 매기고 상을 주면 가치 있는 일이 되나요?’ 하고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거죠. 한마디로 통념에 반항하는 거예요. ‘멍 때리는현상은 우리 몸이 지치고 휴식이 필요할 때 저절로 찾아오는 힐링 반응인데, 그런 생존을 위해 필요한 쉼이나 휴식에도 생산성이나 성과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폐허의 콜렉션 (2013)  밤의 갤러리 (2011)

 

Q. 웁쓰양이 생각하는은 무엇인가요?

. 그 자체.

‘멍때리기 대회가 사회적으로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회 이후 멍 때리기 효과에 관한 과학적 근거와 신문기사,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퍼포먼스로서의멍 때리기 대회의도적으로라도 꼭 쉬어야 한다라거나재충전을 위한 휴식의 개념은 아니에요. ‘휴식이 필요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쉬고 싶을 때 쉬어도 된다라는 위안과 다독임이죠. ‘멍 때리기 대회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여러 의미로 재탄생하는 것을 보며 휴식이 그만큼 우리 모두에게 절실했구나 생각했어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고, 쉬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멍 때리기가 시간 낭비의 잉여짓이라는 기존의 편견에서생각의 휴식’, ‘뇌의 휴식이라는 의미로 재조명받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다만 쉰다는 것, 휴식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저의 경우는 휴식은 그 자체로의 의미일 뿐, 굳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재충전이나채움을 위한 비움등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휴식이 그 자체로서 진정한 의미를 지닐 때 의도하지 않더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는 있겠죠. 저에게멍 때리기 대회가 그런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Q. 웁쓰양 작가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구가. 쉬는 날.

‘세계 멍 때리기의 날이 생기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한날한시에 지구인들이 단 30분 만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지구가 생산활동을 멈추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보곤 해요. 실제로 지난 5월 한강대회 이후 문화예술잡지인 미국 ‘Vice Magazine(바이스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멍 때리기 대회가 세계로 알려졌어요. 해외에서 인터뷰 요청도 많았고, 몇 나라에서는 개최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가 진행되고 있고요. 다음 국제대회는 아마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멍 때리기 대회가 더 많은 나라에서 개최되고, 더 많은 사람이 휴식에 대해 공감을 한다면 언젠가는 지구도 쉬는 그런 날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사내기자 취재수첩

정훈미 대리가 웁쓰양에게 물었습니다

Q. 름휴가 시즌입니다. 꼭 여름 휴가가 아니더라도 월차나 연차, 주말 등은 직장인에게 휴식이자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무리한 여행이나 평소에 못다 한 일들을 해치우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또 다른 피로감과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SK주식회사 C&C 구성원들이 온전히 재충전을 위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A. ‘재충전을 위한 휴가라는 것 자체가 또다시 진정한 휴식이 아닌 어떤 목적을 띈 행동이 되어버립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목적 없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어요. 조금의 뒤처짐도 용납 못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재촉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 현상이겠죠. 하지만 잠시 멈춰있어도 괜찮아요. 무엇을 하든지 주변을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이 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을 해보세요. 목적이나 이유 따윈 생각하지 말고 그냥 쉬세요. ‘다시 열심히 일하기 위해 재충전을 해야 해!’라는 부담감만 없어도 충분한 휴식(혹은 재충전)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요.


Q. 디지털 디톡스운동이 사회적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 또한 웁쓰양의멍때리기와 유사한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멍때리는일도, IT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 특성상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멀리하는디지털 디톡스도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웁쓰양 작가님만의 특별한 멍때리기 방법, 효과적으로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사실 저 역시도 멍 때리는 것, 쉬는 것도 잘하지 못해요. 그래서휴식의 필요성을 인지하고멍때리기 대회를 기획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멍을 잘 때릴 수 있는(?) 방법,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은 저도 찾는 중이긴 한데요. 일단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 아닐까요? 몸에 단백질이 부족하면 고기가 먹고 싶은 것처럼 뇌가 쉬고 싶기 때문에 멍을 때리는 것으로 생각해요. 각자에게 필요한 휴식이 무엇인지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다 보면 나만의 휴식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면 ‘SK주식회사 C&C 멍 때리기 대회를 열어 참가해 보는 건 어떨까요?

SK주식회사 C&C 사보 'Create & Challenge' 8월호의 컨텐츠 입니다.

사보의 더 많은 컨텐츠는 '8월 사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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