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운동과 같은 능동적인 일을 하기엔 일말의 여력조차 없을 때도 있다.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무조건적 재충전, 일단 나를 방전시키는 업무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모든 것을 차단하고  휴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디지털로 엮여 있는 현대인에게는 이조차 쉽지 않은데, 이런 상황이라면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식사 중에 핸드폰이 신경 쓰이거나, 알림음의 환청이 들리거나, 전파가 약하면 불안해지거나, 일상에서 SNS에 올릴만한 꺼리를 애써 연출하고 있다면 생활에 독이 쌓인 상태. 해독(디톡스)이 필요하다. 


포켓몬 go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와 미국의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나이앤틱이 공동 제작한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 모바일 게임. 증강현실(AR) 기능을 위성항법시스템(GPS), 구글 지도와 결합시켜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포켓몬을 수집하는 게임이다.

포켓몬 고. 기술적 버그로 오로지 속초에서만 가능해진 그 문제적 게임. 북한으로 지역이 착각된 덕에 할 수 있던 그 게임이 이제 일본에서도 개봉함에 따라 역시 기술적 버그로 일본으로 착각된 울산 간절곶에서도 문이 열렸다. 포켓몬의 추억을 지닌 청년 세대가 있다는 것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두 길을 떠났다. 속초 시장은 노는 법을 알았다. 코스프레까지 하며주머니 괴물 달려의 홍보대사를 자임, 추억 여행을 응원했다. 왜 우리는 못 만드냐며 괜한 걱정을 하거나 증강현실시대의 국가경쟁력에 대해 공허히 근심하지도 않았다. 기술도 콘텐츠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여유가 오히려 멋지다. 

‘어깨를 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세상을 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현대인은 핑계를 찾는다. 바쁘다. 지금 이 일을 끝내야 한다. 공부를 해야 한다. 귀찮다. 되는 일도 없고 그냥 이대로 있고 싶다. 그렇게 우리는 제각각의 핑계로 방문을 닫는다. 하지만 유년기의 한 시절을 설레게 했던 그 친구들이 저 밖에서 손짓한다면, 어깨를 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포켓몬 고 신드롬의 비결은 여기에 있다. 상상을 현실과 결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고, 그 현실 속 상상의 공간을 추억의 친구들로 가득 차게 할 콘텐츠가 있었다. 그렇게 전세계 젊은이들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들은 밖에서 그리고 추억 속에서 쉬고 싶었던 것이다. 미국인 열 명 중 한 명이 매일 한다는 포켓몬 고의 기적적 대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모두 쉬고 싶다 

IT는 쉼과 거리가 가까운 듯 멀다. 하고 싶은 컴퓨터를 늘 만지고 있고 수시로 게임도 하는 것 같으니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언제나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안 되는 것 투성이인 IT업계에 쉴 틈이란 없다. 언제쯤 프로젝트는 생각처럼 될 수 있을까? 아침은 거르고, 잔업에 철야에 야식은 필수. 불규칙한 일상에 몸을 움직일 겨를도 없다. 피곤함에 카페인과 강장제를 달고 살지만, 뱃살은 불어나고, 어느덧 대사증후군 예비군이 된다. 여기에 내 마음도 모른 채 버그를 뱉어내는 과묵한 기계와 씨름하거나 늘 생각과 이야기가 바뀌는 고객과 옥신각신하느라 인생 최대의 강적, 스트레스도 찾아온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모두 이 IT업계의 천적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잘 쉬고, 많이 운동하면 된다. 하지만 피곤이 누적된 주말, 자는 것으로 쉬었다고 생각하고 운동은 늘 내일로 미룬다. 문제는 그렇게 잘 쉬었으려니 우리가 생각하고 싶어도, 우리의 뇌와 신체는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늘 온갖 걱정에 고양된 의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이 부하가 피크를 치거나 요동을 칠 때 찾아온다. CPU 작업관리자의 그래프가 100%를 찍을 때처럼 정신이 쉬지 못할 때는, 이 의식의 움직임을 진정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 ‘태스크 종료버튼을 눌러야 한다. 운동은 바로 이 행동이다. 몸을 움직임으로써 의식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이는 은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우리의 의식은 뇌라는 신체의 일부, 그리고 뇌를 포함한 모든 신체는 움직일 때 강화된다. 좋은 기능을 하는 각종 호르몬도 그리고 뇌로 흐르는 혈류도 모두 운동에 의해 활성화된다. 실제로 달리기든 수영이든 요가든 단순한 운동에 집중하다 보면 그렇게 의식을 괴롭히던 문제에 대한 답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의식을 쉬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몸을 움직이는 일이었다.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

운동이 좋은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아는 좋은 이야기는 아무리 해봐야 의미가 없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생길 리 없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는 IT의 혁신이 바로 이 마음을 놓칠 리 없었다. IT는 우리의 게으른 마음이야 말로 혁신 대상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일들은 IT가 아주 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 내 몸과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 내 몸의로그를 따는 것.

소셜한 신체활동을 마련해 주는 것.

애플워치 활동 앱 애플워치의 ‘활동’ 앱은 사용자의 일일 활동량에 대해 ‘일어서기’, ‘움직이기’, ‘운동하기’ 링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라이프 로깅한다

이러한 생각이 수년 전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QS(Quantified Self)활동이라는 미명 아래, 일종의 무브먼트로 확산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는 모임(meet-up)도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달리기 등 각종 피트니스 트랙킹 앱이나 웨어러블에서 시작해 수면, 혈당, 감정 등 내가 내는 온갖 다양한 신호를 기록해 두는라이프 로그’, 또 그렇게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나 자신을 해킹해 최적화한다는라이프 해킹까지 조류의 최신 사례이기도 하다.

호사가들의 기행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이미 너무 많은 앱이 개발됐고, 산업이 이를 둘러싸고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례로는 이미 아이폰 5S 시절부터 활동계 칩이 내장된 아이폰인데, 나도 친구들 3명과 Argus 앱을 함께 깔고 오늘은 누가 더 많이 걸었는지 은근한 내기를 하고 있다.

하루에 만보 걷기가 쉽지 않지만, 만보에 육박한 날은 어떻게든 넘겨서 1등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Runtastic, Nike Running 등 모처럼의 조깅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을 때 도움을 주는 앱도 기특하다. 운동부족 직장인들의 수수한 허세다. 웨어러블 유행은 이런 소박한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GPS와 만보계는 물론 심박계까지 내장한 웨어러블은 조금 더 많은 나의 정보를 클라우드로 보내준다. 내 몸과 내가 조금 더소통할 수 있도록, ‘기록’해 주고, 그 사소한 움직임으로도 동료·친구들과사회생활 속에서 즐기며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일에 웨어러블의 첫 번째 사명이 있다고들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광고마다 관련 사례가 많이 등장한다. 이처럼 몸을 움직여 쉬는 일은 어느덧 IoT에서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며 지금 가장 뜨거운 트렌드의 활용사례가 되었다.

즐겁게 땀을 흘리고 나면 스트레스는 분명히 잦아든다. 특히나 서로 다른 역량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공통의 목적을 위해 매진하는 팀 스포츠는 효과가 좋다. 소통과 리더십의 중요성도 배울 수 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뛰면 최고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운동 앱의 피드 상에서라도 아쉬운 대로 만나 버추얼 팀 스포츠를 해보자. 몸을 움직이며 왁자지껄 떠드는 일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휴식의 풍경이다.




디지털 디톡스로 마음의 휴식을 

레스큐타임(rescuetime.com) 개인이나 기업들의 일일 인터넷 사용 시간과 이용 행태 등을 측정, 분석해줌으로써 온라인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서비스.

하지만 운동만이 쉼이라니, 너무 교과서 같다. 살다 보면 운동과 같은 능동적인 일을 하기엔 일말의 여력조차 없을 때도 있다. 이럴 때 해야 할 일은 무조건적 재충전, 일단 나를 방전시키는 업무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모든 것을 차단하고 휴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디지털로 엮여 있는 현대인에게는 이조차 쉽지 않은데, 이런 상황이라면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식사 중에 핸드폰이 신경 쓰이거나, 알림음의 환청이 들리거나, 전파가 약하면 불안해지거나, 일상에서 SNS에 올릴만한 꺼리를 애써 연출하고 있으면 생활에 독이 쌓인 상태. 해독(디톡스)이 필요하다. 

레스큐타임(rescuetime.com)이라고 백그라운드에서 상주하면서 내가 컴퓨터로 뭘 하고 보내는지 분석 리포팅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그 결과에 아마 대다수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데, 컴퓨터 앞에 앉아는 있었지만 일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멀티 태스킹은 얼핏 편리해 보이지만, 모두 서로 자기의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요소들이니 결국 집중력의 방해요소가 된다. 맥에서 쓸 수 있는 퀴터(Quitter)는 띄워 놓고 쓰지 않는 프로그램은 알아서 숨기거나 프로그램을 꺼버리는 단호한 앱. 스마트폰에서도빅 레드 스탑등 잠시나마 SNS와의 단절을 도와주는 디지털 디톡스 앱도 등장한지 오래지만, 별로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쓰지 않으면 직접 잠시 지워 버리는 것이다. 앱 설치는 의외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예컨대 만약 카카오톡이 어느 새 업무 메신저로 변해버렸다면, 쉴 때는 알림을 끄거나 과감히 잠시 삭제하고 가족과는 라인이나 행아웃 등 다른 메신저를 쓰는 것도 팁이다. 

디지털 디톡스는 배짱이 아니다. 더 좋은 업무를 위해 다음 날에는 가장신선한나를 만들어 오기 위한 일종의 책임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인 대상 조사에서 3분의 1일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해 생산성이 올랐다고 회답했다. ‘마음챙김이라 번역되는 마인드풀(mindful) 트렌드도 결국 이렇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이다. 지금 알트(또는 커맨드) 탭을 눌러 보거나, 아이폰의 홈버튼을 더블 클릭, 안드로이드의 네모 버튼을 눌러 우리의 정신이 얼마나 분산되어 있는지 느껴 보자. 그리고 모두 중지시킨 후, 하나의 앱만을 마인드풀하게 집중해 보는 것이다. 갑자기 모든 디지털을 끊을 수는 없는 일, 해독의 첫걸음은 눈앞의 일과 생활을 천천히 인생의 순간을 만끽하듯 챙기는 데서 시작한다. 구글에서 시작한 마인드풀 명상 코스인 SIY(Search Inside Yourself)는 이제 진흥 기관이 생길 정도로 성장했다.












SK주식회사 C&C 사보 'Create & Challenge' 8월호의 컨텐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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