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미술이라는 플랫폼 속에서 작품은 예술가의 매트릭스를 보여준다.

예술가의 코딩 실력이 좋을수록 대중에겐 마냥 어려운 세계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코딩 실력을 뽐낼수록 대중과의 소통은 어려워졌다.

니키 리는 자신의 매트릭스 속으로 뛰어들었다. 본인이 직접 핵심 소스코드가 된 것이다.

보다 직관적으로 대중이 작품에 접속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작품 속으로 뚜벅뚜벅 들어간 니키 리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Q. 니키 리의 예술작업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사진은. 매개체. 현대미술. 

저는 카메라를 들고 직접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사진은 매개체였을 뿐이죠. 작업방식은 이래요. 먼저 어떤 부류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룹을 정합니다. 그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죠. 그러면 저는 때론 펑크족이되기도 하고 때론 여피족이 되기도 해요. 그렇게 탈바꿈한 모습을 제가 아닌 누군가가 찍어주는 거죠. 아마 저를 모르는 사람들이 그 사진들을 보면, 니키 리는 펑크족이구나, 여피족이구나생각할 겁니다. 프로젝트 시리즈는 일반적인 사진 작업이 아니라 사진을 좀 더 개념화 하여 차용한 거예요. 그래서 제 작업은 사진작업이 아닌 현대미술로 분류되고, 저는 사진작가가 아닌 현대미술 작가로 분류돼요. 사람들은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곤 했어요.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아무 때나셀카 사진을 찍고 음식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지만, 1990년대 말만 해도 사진은 중요한 기념일이나 친구들과의 추억을 기록하는 용도로 찍었죠. 저는 그 시대에 사진이 가졌던 개념이 본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일상,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중요하게 본 겁니다. “자 여기를 보세요, 하나 둘 셋!” 하며찍는 사진은 보통 미학적으로 보지 않지만, 저는 바로 그 지점을 미학의 세계 안에 들여오고 싶었어요. 가장 사진의 본질과 가깝게 구현하되 가장 사진과 멀어져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Q. 프로젝트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뉴요커. 자기 암시. 정서. 공감.

1. Nikki S. Lee, The Hip Hop Project [13], Digital C-Print, 2001 2. Nikki S. Lee, The Hispanic Project [17] Digital C-Print, 1998 3. Nikki S. Lee, The Punk Project [7] Digital C-Print, 71.5×54cm 1997

2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뉴욕을 갔어요. 제가 경험했던 가장 큰 환경의 변화였죠. 영어도 잘 할 줄 몰랐고 제게 뉴욕은 영화에서나 보던 모습이 전부였어요. 처음 가는 다른 나라가 낯설고이방인이 되는 건 당연한데 전 음흉하게굴기로 했어요. 영화 속에서만 봤지만 뉴욕의 풍경이나 이미지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기에 뉴요커인 척 할 수 있다고스스로 믿었죠. 그렇게 10년을 살다 보니 어느새 저는 진짜 뉴요커가 되어있더라고요. 내가 누구인가도 중요하지만 내가 누가 되겠다는 자기 암시도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꼈죠. 프로젝트 시리즈를작업한 건 뉴욕에서 지낸 지 4년쯤 됐을때예요. 내 안의 아이덴티티 중에서 펑크족이든 여피족이든 모든 게 표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외부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정체성에서 끄집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저는 한국의 시골마을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어요. 외부와 접촉이 쉽지 않았고 심지어 외국인을 만날 일은 거의 없었죠.그런 시골에서 유일하게 접했던 외국 문물이 영화와 음악이었어요. 당시 유행하는 팝송보다 재즈와 제 3세계 음악을 자주 들었어요. 들은 적도, 가본 적도 없는나라의 음악인데 그 나라만의 고유한 감성이 뭔지 느껴지더라고요. 신기했죠.그래서 저는 그때부터 제 안에는 다양한정서가 있고 그것들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들이뉴욕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주는 자극들과 만났고, 그 느낌들이 작품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만약 내게 정말 흑인 소울이 있다면 진짜 그들 속에 들어가서 소울을 함께 느껴보자바로 이런 생각이 작업의 동기가 되는 거예요. 

    


Q. 작품마다 달라지는 당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한국인. 해학적 정서.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본질. 그 건 잘 안변했어요. 펑크족으로 분장해서 촬영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자고, 50년대 미국 문화 속에서 춤 추는 장면을 작업하고 들어와서는 라면을먹으며 한국드라마를 보고 그랬어요. 서양인들은 제 작품을 서구적이라고 봐요.저를 처음 본 미국인들은 저를 코리안-어메리칸으로 생각할 정도였어요. 심지어 한국인들조차 그렇게 여겼어요. 거기서 태어나지 않고는 제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 시각들은 제작품이 서구의 예술문법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걸 말해주죠. 제 작품은 서양의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재미있어요. 그런데 한국적인 시각에서 보면 아주 슬픕니다. 한국인에겐 해학의 정서가 있기 때문이에요.제 작품에 대해 조금 더 개념적으로 말하자면 정체성을 다루는 방식이 한국적이에요. 서양의 작가들은 주로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다른 사람과 있을 때 나는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를 생각합니다. ‘타인에 의해서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다루죠. 서양의학에선사람의 위가 아프면 위를 쨉니다. 하지만한의학에선 위가 아픈데 손바닥을 만져요. 몸 안의 장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보는 거죠.저는 정체성도라는 하나의 장기가아니라, 타인과의 연결 안에서 나의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봤어요. 이건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이 가지는 관점이에요. 작품 안에서 제 모습은 매번 변신했지만 변하지 않는 한국의 정서를 그렇게 담았던거죠.

4. Nikki S. Lee, The Hispanic Project [1] Digital C- Print, 1998   5. Nikki S. Lee,Parts[33], Digital C- Print, 73.6×74.9cm, 2003


Q. 작가님의 작업 방식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함인가요? 작품의 본질을 위함인가요?

 대중의 안목. 소통. 예술가의 추구. 

현대미술은 기본적인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예전보다는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도 많아지고갤러리의 디지털화로 대중과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예술과 가까워지면서 안목도 높아진 사람들은 이제 예술가가 본질에 집중하는지, 아니면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 다 압니다. 본질에 몰입 할 수록 작품이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제 작품은제 안에 있다고 여긴 것들을 보여주기위해 직접 대상이 된 그룹들 속으로 들어간 결과입니다. 저는 그들 속에 들어가기 위해 몇 주가 되든 몇 달이 되든 그들과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친해졌어요. 그들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마침내 그들의 일원이 됐을 때 작품이 나왔죠. 그 모든 건 제가 작품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작업의 본질적 요소에 집중했기 때문이지, 대중의 향방을 살폈기 때문이 아니에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예술가도자신이 추구하는 본질에 뛰어들어야 해요. 그것은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만나는 대중을 위해 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게 대중과 소통하는 진짜 방법이겠죠.

 

사내기자 취재수첩 

송이 대리가 니키 리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Q. IT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SK주식회사 C&C의 경우, 고객 자신도 알지 못하는 숨은 니즈를 찾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작품 대상과 자연스럽게 융화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그들의 문화나 코드를 읽는 작가님만의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A. 작업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발휘하기 위해 저는 3개월 정도 특정 그룹의 일원이 되어 멤버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합니다. 해당 그룹의 특성이나 문화를 이해하고 깨닫는 것은 리서치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그룹에 들어가 본질을 알아가는 것이지요. 그 문화에 녹아 들어가 그들이 가진 컬러를 느끼다 보면 나의 숨겨져 있는 내면과 교류하는 어떤 특정 지점에서 내가 무엇을 이야기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K주식회사 C&C 구성원분들도 고객이나 고객사의 본질과 교류하고자 한다면 숨은 니즈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Q.SK주식회사 C&C 구성원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보는 것이 좋을까요? 

A. 제 작품은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한 개념예술입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겉으로는 전혀 달라 보일지라도 어느 정도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 씩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부분을 작품을 통해 연출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진작품을 감상하듯 사진의 구도나 비율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니키 리 라는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하는지, 이 작품에서 어떠한 정체성을 표현하는지를 생각하며 감상하는 것이 중요 포인트입니다.


SK주식회사 C&C 사보 'Create & Challenge' 7월호의 컨텐츠 입니다.

더 많은 컨텐츠는 '7월 사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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