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그러니까 무료로 공유하는 자유 소프트웨어는 지난 1980년대 초반 등장했다.

리눅스 같은 운영체제가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2016년 현재 오픈소스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애플이나 테슬라모터스 같은 주요 IT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별다른 수익 모델도 없어 보이고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맞지 않는 이타적인 이 전략은 어떻게 테크 업계가 주목하는 핵심가치로 떠올랐을까.


오픈소스(Open Source)는 이미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IT 업계에선 현실이다. 지난 2014년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10만 개 수준이었지만 2015년에는 40%나 늘어난 14만 개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오픈소스가 더는 변방이 아닌 주요 기업의 관심사라는 사실은 이미 파악됐다. 애플은 지난 2015년 자사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위프트(Swift)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자사 운영체제뿐 아니라 리눅스나 안드로이드, 윈도 등 다양한 플랫폼이나 디바이스에서 이 언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구글·페이스북·MS…모두 오픈소스를 바라본다

apple Swift : 애플은 자사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위프트를 오픈소스화했다. 덕분에 리눅스나 안드로이드, 윈도 등 다양한 플랫폼이나 기기에서이 언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구글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은 원래 오픈소스에 적극적인 기업이었지만 지난해 이미지 음성 인식이나 언어 번역 툴, 인공지능 엔진인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구글 측은 앞으로 엔터프라이즈 전략의 핵심이 오픈소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소프트웨어 인프라 구축을 하겠다는 것이다. 비밀 소스가 아닌 오픈소스로 전환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텐서플로우를 예로 들면 공개를 통해 외부 개발자가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건 물론 이를 활용한 하위 호환 제품을 개발해 인프라가 확산될 수 있다.

페이스북도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2014년 쏟아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페이스북은 또 데이터 처리 시스템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인 OCP(Open Compute Project)에도 참여하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서비스가 주요 상품인 만큼 데이터센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은 OCP를 통해 데이터센터 디자인을 진행, 비용을 기존보다 24%나 절감했다고 한다. 직접 판매 수익은 아니지만, 비용 절감으로 같은 효과를 낸 것이다.

MS 역시 오픈소스에 적극적이다. 사실 MS는 지난 2004년부터 벌써 10년 넘게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해왔다. 2009년에는 리눅스 커널용 소스 코드 2만 줄을 헌정하기도 했다. MS가 지난 10년 동안 공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수만 해도 1,600여 개에 달한다.

오픈소스와는 상극일 것 같은 MS가 이토록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예를 들면 이렇다. MS는 클라우드 플랫폼인 MS 애저(Microsoft Azure)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애저에서 실행되는 가상머신 4대 중 1, 적게는 25%, 많게는 40%가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가 차지하고 있다.
몽고DB 같은 데이터베이스나 파이썬, 자바 같은 애플리케이션 개발 기술, 우분투나 도커 등 다양한 오픈소스 언어와 도구를 애저 플랫폼이라는 자사의 틀 안에서 끌어안으려는 것이다.


facebook data center : 페이스북은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설계하면서 데이터 처리 시스템 혁신을 위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OCP(Open Compute Project)를 적용, 비용을 24%나 절감했다.


공짜를 돈으로 바꿔주는 비즈니스 모델들

가장 궁금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역시 수익 모델이다. 오픈소스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고급 기능에 대해 요금을 받는 프리미엄(Freemium) 모델,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광고 인프라를 확장해 수익을 챙기는 광고 모델,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기술 지원이나 유지 보수 계약을 수익 모델로 삼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이 그것이다.

먼저 프리미엄 모델을 살펴보자. 프리미엄이란 ‘free+premium’의 합성어다. 무료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인 다음 고급 기능을 유료화해서 과금, 수익을 내는 ‘부분 유료화’를 하는 것이다. 프리미엄 모델의 성공 공식이 가장 잘 통하는 분야는 모바일 앱이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전체 매출 중 98%가 프리미엄 모델을 이용한 앱이라고 한다. 앱스토어도 예외는 아니다. 앱스토어 전체 매출 중 70% 이상이 프리미엄 모델을 적용한 앱에서 발생한다.

오픈소스 업체인 빅스위치네트워크를 예로 들면 이 기업은 네트워크 컨트롤러인 플러드라이트(Floodlight)를 무료 버전과 상용 버전, 두 가지를 한 번에 선보였다. 재미있는 건 무료 버전에 익숙해진 고객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는 상용 버전을 택했다는 것이다. 무료나 라이트 버전이 인프라 확산 역할을 하고 이 중에서 자연스럽게 유료 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말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주얼 스튜디오 같은 개발툴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닷넷도 오픈소스화했다. 이를 통해 윈도와 맥, 리눅스 등 크로스 플랫폼에서의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해 자사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광고 모델은 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IT서비스 업체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오픈소스에 적극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IT서비스 기업인 만큼 판매나 라이센스가 아니라 인프라 확산과 이를 통한 광고 모델에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공개해 1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사용 중이라면 구글은 이 인프라에 자사 서비스를 공급하고 광고 수익을 챙기면 된다. 실제로 구글 전체 매출 중 62%는 애드센스 같은 광고를 이용해 벌어들인다.

물론 세세하게 따져보면 광고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익 구조도 있다. 예로 들면 구글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으로 제공 중인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플랫폼 가운데 하나다.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구글맵이나 G메일, 구글플레이 등 구글 공식 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앱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인 구글플레이가 빠진 안드로이드는 아무래도 기능적으로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구글플레이나 구글맵 등 구글 공식 앱을 장치에 넣으려면 장치 제조사는 GMS(Google Mobile Services)라고 불리는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GMS 라이선스는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태블릿 한 대당 75센트로 알려져있다. 매일 100만대가 넘는 안드로이드 기기가 GMS 라이선스를 취득한다고 보면 라이선스 비용만 해도 분기당 1억 달러에 달한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자면 GMS 라이선스 취득 자체에 비용이 드는 게 아니라 취득을 위한 테스트에 드는 비용이다. 안드로이드는 공짜지만 구글의 주머니에는 돈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방식, 서브스크립션이다. 이전에는 소프트웨어의 판매는 해당 소프트웨어에 대한 라이선스 소유권 판매를 의미했다. 하지만 서브스크립션은 이런 소프트웨어 자체에 대한 라이선스 수익을 취하는 게 아니다. 연간 단위로 기술 지원을 하는 대신 소프트웨어는 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고객은 소프트웨어를 사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사는 셈이다. 여기에는 기술 지원 외에도 버그 수정이나 업데이트, 패치 같은 유지 보수나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업그레이드 지원, 고객 지원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뭐로 돈을 벌어야 할지 고민하는 오픈소스 업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줬다. 오픈소스가 공짜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대신 개발자가 모두 알아서 해야 하는 게 문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할 수 있는 기술 지원에 과금한, 레드햇은 지난 2012년 연 매출 10억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공짜를 팔아 만든 기적인 셈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SI 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레드햇의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도입하는 추세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상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비용 부담은 늘어나지만, 오픈소스는 이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업의 핵심은 어차피 해당 소프트웨어나 기술보다는 자사 상품에 있다. 제품이나 기술 자체보다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채택하면 골치 아픈 기술적 난제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상용은 태생적으로 폐쇄적인 데 비해 오픈소스는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기업으로선 특정 제품이나 기술에 종속되지 않은 채 폭넓은 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T서비스 시대의 핵심 경쟁력

오픈소스는 공짜가 아니다. 레드햇은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적용, 라이선스가 아닌 서비스를 팔아 연 매출 10억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페이스북의 가치는 15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인프라 자체에 있다. 만일 후발주자였던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내놓지 않았다면 10억이 넘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차지했을까.

구글이나 MS,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긴 안목으로 보면 생태계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오픈소스를 취한다. 개발사 입장에서 봐도 오픈소스는 특정 기술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구현하려는 핵심가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우버 같은 서비스를 만든다고 치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뼈대부터 하나씩 모두 개발해야 하는 건 시간 낭비다. 중요한 건 ‘우버 같은 서비스’다. 다시 말해 이 서비스를 잘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오픈소스는 이런 핵심 가치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도구 역할을 해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존이 운영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의 폭발적 성장이 말해주듯 기업마다 자원을 빌려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마치 오프라인에 우버로 대변되는 공유경제가 존재하듯 기술도 패키지, 소프트웨어에서 서비스로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기술을 팔겠다고 해도 핵심가치가 라이선스 수익이 아닌 서비스로 바뀐다는 얘기다. 오픈소스는 이런 핵심가치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길이다. 서비스 시대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다.



♣ 출처 : SK주식회사 C&C 사보 ‘Create & Challenge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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