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일출

12 18일 밤 12시에 양재역에서 출발하여 완도여객터미널로 향한다아무데서나 잠을 잘 자는 필자는 완도여객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쭉 잠을 잘 청했다완도 여객터미널에 6시경 도착하여 여객 터미널 안에서 추위를 피하다 7시쯤 완도일출공원으로 향한다완도일출공원 정상까지는 약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동해바다 쪽으로 제법 시야가 장쾌해서 멋진 일출이 있을 것 같았다일출에 대한 기다림은 늘 한결같은 설레임을 동반한다.   통통배가 공복의 새벽을 지나 물길을 가르자, 이윽고 수평선 너머로 붉은 기운들이 하늘을 스케치한다수평선은 붉어지고, 바다는 잿빛으로 물들어 간다동녘 섬들은 아직 고요하게 잠든 듯 하다.

7 34분 드디어 일출이 시작된다. 뜨거운 불덩이 같은 것이 해수면을 가르며 일어선다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해와 같이 떠오른다. 볼이 제법 뜨겁다

산이나, 바다에서 추위를 마다하지 않고 새벽까지 기다리는 이유는 열정을 달구기 위해서다우리는 일출이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에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일상생활 속에서 치이다 보면 어느새 내 안의 열정은 삭게 되고, 현실 속에서 안주하게 된다어둠의 긴 밤을 지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은 내 안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열정을 꺼내기에 충분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새벽을 지나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떠오르는 태양



태양을 담는다. 열정을 담는다. 나의 손안에



  추자도를 향해

긴 기다림에 비해 일출은 짧은 순간에 연출된다아쉬움을 뒤로 한 채, 완도여객터미널로 향한다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는 제주, 추자도 외에 청산도, 덕우도 등의 전라도 섬으로 가는 배편이 있다추자도에는 하루에 한번씩 왕복하는 여객선이 운행된다.

9 30분 드디어 추자도로 출발, 우린 3등석에 담요를 깔고 앉아 간식을 먹고 잠을 청한다바닥이 그리 차갑진 않아 쉽게 잠을 청할 수 있다추자도에 거의 도착해서야 잠에서 깨어 밖을 내다 보았다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바람이 제법 상쾌하다. 여객선은 우리 일행을 추자도에 떨구고 다음 행선지인 제주도로 향한다.

여느 섬이 그렇듯이 선착장 주위로 상점들이 즐비한데, 1980년대에 도시에서 쓰였던 정겨운 상점 분위기가 난다골목은 좁고 역동적이며, 골목처럼 주민들은 활동적이다우리는 가이드에 의해 방을 배정받고 점심식사를 한다생선구이와 밑반찬에 밥을 먹었는데, 추자도가 행정구역상으론 제주도지만, 음식은 전라도식이었다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춘 김치와 그 밖의 밑반찬들은 생각 외로 맛깔졌다.

 

  1일차 올레 18-1코스(상추자도)

오후시간, 드디어 올레 18-1코스인 상추자도 트레킹에 나선다성격이 급한 송주님과 삼은님은 형수님을 데리고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남은 산오름 회원들은 추자초등학교에 모여 천천히 트레킹을 시작한다 


상추자도 숙소에서 추자초등학교로 가는 정겨운 골목길

추자 초등학교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최영장군의 사당이다최영장군은 공민왕 시절에 묵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서 제주로 가던 중 심한 풍랑으로 인해 추자도에 머물며 기다리던 중 추자도 사람을 위해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추자도 사람들은 이에 감사하여 최영 장군의 사당을 만들고 매년 봄과 가을에 봉향한다. 


최영장군 사당에서


최영 장군의 사당을 지나면 바다가 장쾌한 언덕길에 도달한다날씨가 제법 좋아 하늘과 바다가 푸르러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지평선을 가늠하기 어렵다도시인들은 겨울바다를 동경한다유영석의 겨울바다 가사처럼 메워진 가슴을 열기에 바다처럼 좋은 곳은 없다넘실거리는 파도를 바라보며 수평선을 응시하면 응어리진 모든 것들이 해갈되어 풀어질 것만 같다봉글레산으로 가는 언덕길로 우측으로 바다를 보면서 걷는다.  

사진을 찍기에 꽤나 괜찮은 곳이 서너군데 있다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걷기엔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길이다언덕길을 따라 300미터정도 더 오르면 우측으로 일몰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는데 30미터 채 되지 않아 일몰을 바라보는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봉글레산 코스는 추자초등학교에서 1km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이며 고도도 80m 정도밖에 되지 않아 누구나 부담을 갖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봉글레산으로 가는 언덕길



봉글레산으로 가는 언덕길은 괜찮은 포토존이 다수 존재한다.


 

봉글레 쉼터에서 필자



봉글레산 정상


봉글레산 정상에서 내려오면 숙소 근처 마을로 내려온다. 다시 우측 골목으로 걸으면 좁고 아기자기한 골목을 만난다. 골목은 다른 올레길과는 달리 사람냄새가 물씬 난다제주도 올레길에서 만난 집들은 대체로 크고 폐쇄적이나, 추자도 올레길은 좁고 집은 작으며 개방적이다그러기에 당연히 추자도 올레 마을은 훨씬 친근하다

 

골목 담벼락을 끼고 널린 빨래들


마을 골목을 벗어나 순효각을 지나 처사각에 도달하게 되고, 다시 나바론 요새 방향으로 가파른 언덕길을 5분정도 오르면 다시 한번 바다가 보이는 광경을 만난다. 남동쪽으로는 추자 등대가 있고, 북서쪽으로는 나바론 요새가 위치한다나바론 요새는 추자도에서 가장 위험하고도 멋진 코스이나, 사고가 발생한 후부터는 구간이 통제되었다고 한다가장 확실하게 나바론 요새를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은 배를 타고 구경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바론 요새 갈림길에서 바라본 추자등대



안부에서 바라본 나바론 요새


통제로 인해 나바론 요새까지는 가지 못하고, 나바론 요새 정상에서 발길을 돌려 추자등대로 향한다추자등대로 가는 길은 제법 억새가 자라나 늦가을에 오게 된다면 꽤 멋진 풍경이 될 것만 같았다안부에서 다시 100미터 정도 오르면 추자등대에 도달한다추자등대 옥상은 개방되어 있으며 남동쪽으로는 멋진 하추자도를 내려다 볼 수 있다남서쪽으로는 빛내림의 흔하지 않은 광경을 볼 수 있으며, 북쪽으로는 상추자도의 추자항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이처럼 추자등대에 오르게 되면 추자도의 전경과 바다를 조망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추자등대에서 바라본 하추자도와 추자대교



추자항이 한눈에 보이고



남서쪽 바다 방향으로는 구름에 가린 해가 빛내림중


추자등대 옥상에서 내려와 남쪽 안부로 내려서면 다시 억새가 장관이다안부에서는 바닷가로 내려가는 좁은 길이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낚시하기에 좋은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우린 계속해서 올레표시 리본을 따라 걷는다안부 하산길을 따라 내려오면 추자대교가 코앞에 보이고, 동쪽으로 해변을 끼며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 북추자도 올레 코스 길을 마무리한다.  

 

안부 좌측으로는 추자등대, 가운데는 안부 쉽터



안부에서 하산하게 되면 추자대교가 가까이 보인다



북추자도로 가는 북동쪽 바다 광경


  일몰감상

오후 5, 다시 카메라 하나 덜렁 메고 일몰을 보러 봉글레산으로 이동한다좋은사람들 36명 중에서 우리 팀만이 일몰을 보러 오른다이미 서쪽 바다는 쪽빛으로 물들었다일몰 시간은 17 25분이었으나, 서쪽 바다로 제법 구름이 많이 껴서 온전한 일몰을 보기 힘들 것 같아서 더욱 길을 재촉하였다. 


노을과 섬과 바다. 그 아름다운 광경



해가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일몰이 끝나고 쪽빛 하늘을 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민박집에서 마련한 저녁식사와 자연산 회를 삼은님 숙소로 가져와 8명이 둥그렇게 앉았다더불어 빠질 수 없는 와인과 사케, 그리고 송주님이 마련한 발렌타인 양주를 섞어 마시며 그간의 서로의 안부를 쏟아낸다근본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이렇게 만나 쉽게 동화될 수 있는 방법은 여행과 술이 제격이다특히나 우린 여행을 떠나 술을 마시고 있지 않은가넉넉한 사람들과 방바닥에 술상을 펴고 편하게 술자리를 했던 기억이 가물거린다창밖의 바다에 어느 물방울이 다른 어느 물방울과 만나 해류로 흐르고, 파도로 부서지는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만나 옹기종기 모여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지, 인연이란 참 알 수 없고 소중하며 아름답다.






  1. 산마루금 2016.01.17 21:57 신고

    점점이 떠 있는 섬에서 봄냄새가 납니다

    • 이상기 2016.01.18 20:45 신고

      온도가 15도가 넘어 봄같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2. BlogIcon mr. won 2016.01.18 09:13 신고

    사진 멋쪄요

    • 이상기 2016.01.18 20:45 신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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